코스닥시장에서 한동안 ‘찬밥 신세’였던 인쇄회로기판(PCB) 등 정보기술(IT) 부품주가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애플 아이폰11 등 신규 스마트폰 출시 효과에다 내년 ‘폴더블폰 시대’가 도래할 것이란 기대감까지 작용하면서 관련 종목의 주가가 상승 탄력을 받고 있다. 반면 올 들어 가파르게 상승한 케이엠더블유 등 5세대(G) 이동통신 장비주들은 단기 급등 부담에 주춤하는 모양새다. 연말 코스닥시장을 견인할 주도주 교체가 임박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5G 랠리’ 꺾이나
지난 25일 코스닥시장에서 케이엠더블유는 1만400원(15.50%) 하락한 5만6700원에 마감했다. 올해 초 1만2000원 안팎에서 지난달 말 장중 8만100원까지 급등했던 주가는 이달 들어서만 22.22% 떨어졌다.
그동안 주가 상승을 견인한 실적 개선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우려가 작용한 탓으로 풀이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분기 케이엠더블유의 영업이익은 601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6.1%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올 들어 급증했던 영업이익이 3분기를 정점으로 감소세로 접어든 셈이다.
내년 실적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5G 설비 투자가 주춤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24일 핀란드 통신장비 제조업체 노키아가 올해와 내년 수익 전망을 하향 조정하면서 이 같은 우려를 키웠다. 장현호 빌리언폴드자산운용 매니저는 “노키아가 5G 관련 장비에서 글로벌 통신회사로부터 가격 인하 압박을 받고 있다고 인정했다”며 “국내 5G 부품 생산업체들에도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미국에서 일고 있는 통신회사 간 인수합병(M&A) 논의로 5G 관련 투자가 다소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장주의 상승세가 꺾이면서 다른 5G 관련주도 하락하고 있다. 에이스테크가 이달 들어 25일까지 11.31% 떨어진 것을 비롯해 오이솔루션(이달 하락률 17.61%), RFHIC(9.95%) 등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오랜 부진 털어낸 기판주
반면 2년 가까이 주가가 짓눌려 있던 IT 부품주들은 반등하고 있다. 특히 휴대폰 등에 들어가는 기판을 제조하는 PCB 업체들의 강세가 돋보인다. 인터플렉스는 25일 1500원(9.26%) 오른 1만7700원에 장을 마쳤다. 1700원대를 회복한 것은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이다. 이달 들어서만 57.33%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비에이치(이달 상승률 27.48%), 코리아써키트(51.56%), 심텍(18.81%) 등 주요 기판주들도 일제히 상승했다.
실적 개선이 이번 상승 국면의 일등 공신으로 꼽힌다. 삼성 갤럭시노트 시리즈, 갤럭시폴드와 애플 아이폰11까지 신제품이 호응을 얻으면서 관련 부품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내년부터 폴더블폰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애플이 전 제품에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채택하기로 한 것도 긍정적이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비에이치의 3분기 영업이익은 402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549.9%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규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액정 화면이 커지면서 기판 크기도 커질 수밖에 없다”며 “부품 가격 상승과 수요 증가 효과를 모두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랜 조정으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도 높은 편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비에이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주가/주당순이익)은 8.0배로 업종 평균(44.7배)보다 낮다.
코스닥시장의 주도주가 교체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바이오주 등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종목을 담을 수 없는 기관투자가들이 올해 많이 오른 5G 종목을 팔고 기판 등 IT 부품주를 사들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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