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이 가상화폐 등 디지털 자산을 수탁·관리하는 업체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한다. 국민은행처럼 디지털 자산을 운용하거나 지켜주는 사업을 하기 위해서다. 비트코인를 대신 관리해줄 대형 은행이 또 하나 생기는 셈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에 전략적 지분투자를 결정했다. KDAC는 가상화폐거래소 코빗과 블록체인 기술기업 블로코, 디지털자산 리서치기업인 페어스퀘어랩이 설립한 회사다.
신한은행은 이번 투자로 소비자의 디지털 자산을 외부 해킹, 횡령 등의 사고로부터 안전하게 보관하는 커스터디 서비스와 블록체인 기반 탈중앙화 금융인 디파이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현행 은행법상 은행이 직접 가상자산을 수탁하는 업무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투자 형태로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신한은행은 KDAC 파트너사와의 협력을 통해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동시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도 발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디지털 자산 수탁은 은행의 내부통제 역량과 일반 자산에 대한 수탁 경험을 잘 살릴 수 있는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사의 가장 큰 자산이 신뢰인 만큼 블록체인 분야에서 은행이 신뢰를 보강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은행들도 가상자산 시장에 뛰어들 준비에 분주하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11월 또 다른 가상자산 수탁회사인 한국디지털에셋(KODA)에 지분 투자를 완료했다. KODA는 블록체인 기업 해치랩스, 블록체인 투자사 해시드가 공동 설립한 기업이다. 농협은행은 법무법인 태평양 및 블록체인 업체 헥슬란트와 손잡고 디지털 자산 보관 모델을 연구 중이다. 우리은행은 인공지능사업부(AI)와 계열사인 우리펀드서비스 등에서 관련 사업을 준비하고 있고, 하나은행은 한국은행의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 사업과 관련된 인프라 구축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가상자산 관련 법과 제도가 뒷받침된다면 관련 시장도 폭발적으로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상자산이 미래 화폐로 주목받고 있다는 점에서 은행도 빨리 뛰어들어야 유리한 면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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