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체감경기 2년10개월 만에 최악…반도체 둔화에 수출기업 전망 '악화'(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기업 체감경기가 2년 10개월 만에 최악의 수준으로 얼어붙었다. 한국의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 경기 둔화와 함께 관련 수출기업 경기와 전망이 악화됐다.
한국은행이 30일 발표한 '1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1월 전(全) 산업 업황 BSI는 69를 기록해 한 달 전보다 3포인트 하락했다. 2016년 3월(68) 이후 최저 수준으로 추락한 것이다.
업황 BSI는 기업이 인식하는 경기 상황을 지수화한 것이다. 100을 하회하면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낙관적으로 보는 곳보다 많다는 뜻이다.
산업별로는 제조업 업황 BSI가 67로 4포인트 하락했다. 2016년 2월(63) 이후 최저치였다. 중소기업, 내수기업 체감경기가 악화됐고, 반도체 수요 감소와 함께 수출기업 경기도 급강하했다.
대기업 BSI는 73으로 전월과 같았다. 다만 지난해 8월 80을 단기 고점으로 하락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소기업 BSI는 8포인트 떨어진 61로 2016년 8월(59) 이후 최저 수순을 기록했다.
수출기업 BSI의 경우 4포인트 내려 71을 기록했다. 2016년 10월(70) 이후 최저 수준으로 뒷걸음질쳤다. 내수기업 BSI 역시 4포인트 내린 65로 주저앉았다.
세부업종별로는 반도체 관련 수출 기업 부진이 두드러졌다. 반도체 수요 감소와 스마트폰 경쟁 심화로 전자·영상·통신 BSI가 8포인트 급락했다. 기타기계·장비 BSI 역시 반도체 관련 설비투자가 둔화되면서 5포인트 내렸다. 고무·플라스틱은 자동차, 건설 등 전방산업 부진에 13포인트 급락했다. 전기장비(-6포인트), 자동차(-3포인트) 등도 업황 BSI가 하락했다. 반면 화학물질·제품 BSI는 11포인트 뛰었다. 에틸렌, 파라자일렌 등 화학제품의 가격 상승 덕이다.
한은 관계자는 "수출기업의 경우 반도체 경기 둔화 여파로 BSI가 악화됐고, 이 같은 흐름이 2월까지 지속될 전망"이라며 "화학 업종이 호조를 보여 대기업 BSI의 반도체 관련 기업 하락분이 일부 상쇄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비제조업 업황 BSI의 경우 2포인트 내린 71로 밀렸다. 2016년 7월(70)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비제조업에선 겨울철 비수기 여파 등으로 숙박업(-22포인트) BSI 하락폭이 컸다. 이와 함께 광업(-11포인트), 전문·과학·기술(-10포인트), 정보통신업(-8포인트) 등의 BSI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다음달에도 기업 체감경기가 악화될 것으로 관측됐다. 2월 전 산업 업황 전망지수는 3포인트 떨어진 68을 기록했다. 특히 2월 수출기업의 업황 전망지수가 9포인트 급락한 68로 나타났다. 둘 다 2016년 3월 이후 가장 낮았다. 내수기업 업황 전망지수도 4포인트 내린 63에 그쳤다.
1월 BSI와 소비자동향지수(CSI)를 합쳐 만든 경제심리지수(ESI)는 2.7포인트 내린 89.3을 기록했다. 2015년 6월(88.7)이후 최저다. 계절적 요인과 불규칙 변동을 제거한 ESI 순환변동치 역시 0.8포인트 하락한 91.4였다. 2016년 4월(91.4) 이후 가장 낮았다. 자료=한국은행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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