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석 신일산업 대표
신일산업은 2017년 1446억원으로 사상 최대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매출도 20%가량 늘었을 것으로 회사 측은 추정하고 있다. 2년 연속 사상 최대 매출이다. 한때 적대적 인수합병(M&A)에 시달리며 존립 위기를 맞았던 신일은 부활에 성공했다.
신일은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았다. 신일이 내놓은 비전은 ‘첨단 생활가전업체’다.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정보통신기술(ICT) 적용을 확대, 제품 고급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선풍기 명가’에서 생활가전업체로의 변신이다. 경영진을 이를 통해 ‘100년 기업’을 준비하겠다는 전략을 짜고 있다.
신일은 최근 인기가 높은 레트로(복고풍) 디자인의 소형 냉장고와 냉동고, 초고속 블렌더, 공기청정기 등을 선보였다. 대기업이 진출하지 않은 틈새시장이나 성장성 높은 카테고리의 생활가전 시장 공략에 나섰다. 계절가전업체에서 종합 생활가전업체로 발돋움한다는 전략의 일환이다. 퍼비란 브랜드를 내세워 펫 가전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최근 반려동물 멀티숍 몰리스펫샵에 반려동물 전용 욕조인 스파&드라이를 입점시키기도 했다.
국내 1위 선풍기업체 신일은 2014년 최악의 위기에 빠졌다.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일부 소액주주가 연대해 적대적 M&A를 시도했다. 이들은 8.4%에 불과한 김영 회장의 취약한 지분을 노렸다. 시장엔 부도설이 돌았다. 선풍기업체의 생존이 어려울 것이란 얘기도 나왔다. 하지만 신일 경영진은 “(위기설로) 브랜드가 훼손된 만큼 더 좋은 제품을 제조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서큘레이터 등 신제품이 신일 부활의 원동력이 됐다.
기존 제품에 신기술을 적용하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신일은 지난해 여름 국내에서 처음으로 IoT 기술을 적용한 신일 IoT 선풍기를 선보였다.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으로 전원은 물론 바람 세기, 회전 등을 원격 작동할 수 있는 제품이다. 리모컨을 찾아 헤맬 필요가 없다는 편리함 때문에 인기가 높았다.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스탠드형 서큘레이터도 히트를 쳤다. 에어컨과 함께 사용하면 냉방 효과를 높이고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어 홈쇼핑 등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올겨울엔 전기료를 획기적으로 낮춘 ‘에코 히터’를 내놨다. 올여름엔 IoT 기술을 적용한 서큘레이터를 출시하는 등 첨단 기술을 적용한 차별화 제품을 계속 발굴할 계획이다.
날씨 빅데이터를 활용해 비용 절감에도 나섰다. 신일 매출은 날씨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매출의 70%가 냉난방 등 계절가전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신일은 기상청이 제공하는 정보를 토대로 일별 최고·최저·평균기온, 상대습도 등 날씨 정보와 주간 제품 판매량 등의 빅데이터를 구축해 전사적으로 공유한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제품 수량, 단가, 물량 스케줄을 전략적으로 분석해 생산 계획을 세운다. 이를 통해 임차료 인건비 작업비 관리비 등을 줄여 연간 약 30억원의 원가 절감 효과를 거뒀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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