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맛있는데 언젠가는 1등 하지 않겠습니까.”
2005년 배우 차승원이 등장한 오뚜기 진라면 광고의 카피다. 이 광고가 현실화하고 있다. 30년간 라면시장의 최강자였던 농심 신라면을 진라면이 바짝 추격하고 있어서다. 10년 전만 해도 5배 이상 차이 나던 시장 점유율(수량 기준)은 올 들어 3%포인트 차이로 좁혀졌다. 컵라면 부문에서는 지난 9월 진라면이 신라면을 역전했다. 1980년대부터 ‘국민식품’으로 자리 잡은 라면이 가정간편식(HMR)에 자리를 내주고 있는 가운데 1위와 2위의 순위도 교체되는 등 라면 시장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만년 2등’ 진라면의 반란
국내 라면시장은 약 2조원 규모다. 한국인의 1인당 라면 소비량이 지난해 기준 73.7개로 세계 1위. 하지만 4조원대로 급성장한 HMR이 집밥을 대신하면서 라면 업계에 위기가 왔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농심의 라면시장 점유율은 53.2%로 전년 동기(55.8%) 대비 하락했다. 이 기간 오뚜기 점유율은 0.6%포인트 올라 25.7%가 됐다. 여전히 농심이 라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지만 5년 전 점유율(62.1%)에 비하면 크게 떨어졌다.
진라면이 신라면을 추격한 배경에는 수차례에 걸친 품질 개선과 소비자의 지지가 맞물려 있다. 2012년부터 ‘라면의 2인자’ 자리를 차지해온 진라면은 신라면을 잡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오뚜기 관계자는 “칼칼한 매운맛을 위해 하늘초 고춧가루로 바꾸고, 스프의 나트륨을 줄이면서 면발에 밀단백을 추가하는 등 셀 수 없이 업그레이드해왔다”고 말했다.
‘갓뚜기 효과’도 빼놓을 수 없다. 오뚜기는 2008년부터 진라면 가격을 700원으로 동결해왔다. 농심이 2016년 가격을 5.5% 인상했을 때도 그대로였다. 또 고(故) 함태호 명예회장의 미담이 퍼져나가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주요 이용자인 10~20대와 1인 가구 등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얻기 시작했다. 신제품 효과도 톡톡히 봤다. 지난해 26개 신제품을 내놓은 오뚜기는 올해도 ‘부산어묵탕라면’ ‘쇠고기미역국라면’ ‘그렇다면 버섯마늘라면’ 등 예전에 없던 신제품을 대거 출시했다.
“한국 좁다” 해외로 가는 신라면
농심은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점점 빼앗기고 있는 점유율을 해외에서 만회하겠다는 전략이다. 농심 신라면의 수출 국가는 100개국을 돌파했다. 미주 지역 매출은 2015년 6000만달러에서 지난해 7600만달러로 증가하고 있다. 월마트와 코스트코 등 미국 핵심 유통채널에서 성과를 거두며 상반기에만 30% 이상 성장했다. 사업 20년차를 맞은 중국에서도 1000여 개 영업망에서 판매하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신라면을 중심으로 한 농심의 해외 매출은 올해 사상 최대인 7억5000만달러(약 8386억원)로 예상된다”며 “10년 전만 해도 미국 시장에서 2%였던 점유율이 올해 15%로 올라 선두인 일본 라면을 추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집밥을 대신할 HMR의 강세에 다른 브랜드들도 해외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오뚜기도 올해 해외 매출이 사상 최대인 100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붉닭볶음면 효과를 보고 있는 업계 3위 삼양식품도 올해 해외 매출이 전년보다 약 15% 늘어난 2300억원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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