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이모씨(23)는 아르바이트로 모은 300만원을 종잣돈으로 주식 투자에 뛰어들었다. 이 돈을 불려 내년 등록금에 보탤 생각이었다. 이씨는 투자 조언을 구하려고 카카오톡 ‘오픈(익명) 채팅방’에서 주식 상담을 주제로 한 상담방에 들어갔다. 상담방에선 “당신은 횡재한 거다. 단 한 명에게만 특별 컨설팅을 해주려고 했다”고 환영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는 보유 현금과 목표 등을 묻다가 “그 돈을 내게 보내면 두 달 안에 세 배 이상 불려주겠다”고 제안했다. 이씨는 “솔깃했지만 찝찝해서 부모님과 상의해보겠다고 하니 (상담방에서) 퇴장하더라”며 “하마터면 사기당할 뻔 했다”고 했다.
최근 초보 주식투자자를 겨냥한 사기 범죄가 들끓고 있다. “수익을 제대로 낼 수 있게 해주겠다”며 컨설팅 또는 대리 투자를 명목으로 수백~수천만원의 돈을 뜯어내는 식이다. 경찰도 이 같은 범죄를 예의주시하고 수사 중이다.유튜버 사칭 ‘대리 투자’ 미끼 경찰청은 지난 8월부터 주식투자자를 둘러싼 사기 피해에 대한 특별단속을 벌이고 있다. 올 들어 주식투자자가 사기를 당했다고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서 유명 주식 유튜버를 사칭한 상담방을 만들어 사기를 벌이는 게 대표적이다. 언론사가 만든 주식 상담채널인 것처럼 속이기도 한다. 최근에는 유튜버 ‘슈퍼개미 김정환’을 사칭한 사기범에게 수천만원을 빼앗긴 피해자도 나왔다.
두세 배를 벌 수 있는 종목을 추천받으려면 유료 회원이 돼야 한다면서 가입료를 요구하는 수법도 있다. 해외 주식을 하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으니, 돈을 맡기면 대리 투자를 해주겠다는 제안하기도 한다. 사기범은 대부분 ‘선착순’이나 ‘소수’에게만 주는 특별 정보이니 아무에게도 말하면 안 된다면서 피해자에게 접근한다. 피해자를 외부와 차단시킨 뒤 돈을 뜯어내는 것이다.
유튜브 라이브 방송 중 주식 투자에 도움이 되는 앱을 만들었다며 악성코드를 설치하는 링크를 보낸 사례도 있다. 악성코드가 설치되면 자신도 모르게 소액이 결제되거나 개인·금융정보가 탈취된다. 지난 2일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이 같은 사기로 2000만원의 피해를 당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 같은 수법은 허위 주식정보로 투자자의 돈을 편취하던 과거 범죄 양상과 다르다. 주식 사기범죄의 대표적 유형인 ‘주식 전문가(리더)’가 특정 종목의 주식을 매매하도록 추천하는 ‘주식 리딩방’ 범죄와도 차이가 있다. 주식 리딩방에선 ‘대박주’를 찍어준다는 유혹에 속아 고액의 이용료를 내고 들어갔다가 손실을 보는 투자자가 많았다. 요즘은 손실에 이르기도 전에 이용료나 투자금을 꾀어내는 식의 ‘소액 사기’가 많다.보호장치 없어…미성년자도 위협 경찰과 금융업계에선 올 들어 주식에 뛰어든 투자자가 많아진 틈을 타 이 같은 사기가 많아졌다고 보고 있다. 지난 3월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증시 변동폭이 커지면서 신규 투자자가 대거 유입됐다. 당시 주식거래 활동 계좌가 80만개 넘게 늘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을 보였다.
미성년자까지 사기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1~8월 미성년자 신규 주식계좌 개설 건수는 총 29만1080건을 기록했다. 미성년자의 주식계좌 개설이 연간 10만 건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월 평균 건수로는 지난해(7778건)보다 네 배 가까이 많은 3만6385건에 달했다.
이 같은 사기는 사전에 적발하거나 추적하기 어렵다. 대부분 카카오톡 익명 채팅방이나 텔레그램 등에서 은밀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피해자 제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변동성이 커진 자본시장에서 초보 주식투자자를 노린 경제 범죄가 늘어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유튜브 등에 사기꾼이 쉽게 노출되는 데 비해 제도적 보호장치가 없는 게 우려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연말까지 특별단속을 벌일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회적으로 문제가 확산될 소지가 있어 집중 대응이 필요하다”며 “수사 진행 단계여서 당장은 피해 건수나 범죄 유형 등을 밝히기 어렵지만 세밀하게 들여다 볼 것”이라고 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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