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제연구기관들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하향 조정하고 있다. 그것도 0.1%포인트 안팎씩 미세조정하던 전례와 달리 0.3~0.4%포인트를 한꺼번에 떨어뜨렸다. 하반기 들어 경기 하강 속도가 더 빨라졌다는 판단에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1.9%로 낮췄다고 8일 발표했다. 모건스탠리·골드만삭스(1.9%) 씨티그룹(1.8%) 등 외국계 기관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1%대로 하향 조정한 사례가 있지만 국내 기관이 1%대를 제시한 건 한경연이 처음이다. 한국은행은 2.2%를 전망하고 있다.
한경연은 “지난해 경제성장을 이끈 수출이 올 들어 급격하게 위축되는 모습”이라며 “미·중 무역갈등 격화와 글로벌 경기 하강, 반도체 등 주요 수출품목의 가격경쟁력 하락 등 악재가 많은 상황에서 한·일 경제전쟁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한경연은 지난 3월 올해 경제성장률을 2.4%로 예상했지만 6월에 전망치를 2.2%로 0.2%포인트 하향 조정했고 이번엔 0.3%포인트 낮췄다.
이날 현대경제연구원은 기존 2.5%이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1%로 0.4%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수출·소비·투자 동반 악화...KDI, 반년째 '경기 부진' 판단
민간 경제연구기관들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대거 낮춘 것은 ‘수출이 하반기 회복될 수 있다’는 기대가 사실상 물건너갔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중 무역갈등이 격화했고 지난 6~7월 성장률 전망치 발표 당시에는 불거지지 않은 일본의 수출규제가 새로운 악재로 부상했다.
건설·설비투자 부진이 장기화하는 점도 성장률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설비투자는 이미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하고 있고, 건설투자 역시 정부의 부동산 억제정책 등으로 크게 둔화할 것”이라며 “민간소비도 명목임금 상승률 감소와 소비심리 악화 등으로 부진한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2분기 성장률이 1.0%를 나타냈지만 1분기 침체에 따른 기저효과 영향이 강했다”며 “소폭 반등했던 경기동행 및 선행지수 등이 하락세로 돌아선 점을 감안하면 경기 침체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이날 발간한 경제동향 9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대내외 수요가 위축되며 전반적으로 부진한 모습”이라며 연 2.4%의 성장률 전망치를 조만간 하향 조정할 뜻을 내비쳤다. KDI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경기 상황에 대해 ‘둔화’로 진단했고, 올 4월부터 반년째 ‘부진’이란 단어를 쓰고 있다.
KDI는 “7월 전(全)산업생산이 0.5% 증가율을 보였지만 이는 조업일수 증가에 기인했다는 점에서 경기 부진이 완화된 것으로 해석하기 어렵다”며 “소비 투자 수출이 모두 부진하며, 그중에서 수출이 가장 좋지 않다”고 진단했다.
도병욱/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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