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제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 여파로 유로존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의 수출이 감소하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이탈리아 적자예산안을 둘러싼 갈등이 지속되는 등 악재가 겹쳤다.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는 가운데 물가상승률은 높아져 스태그플레이션(불황 속 물가 상승) 우려도 제기된다.
18일 유럽연합(EU)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유로존의 3분기 경제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2%로 2014년 2분기(0%)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유로존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 0.7%에서 올해 1분기와 2분기 각각 0.4%, 3분기 0.2%로 계속 낮아지는 추세다. 전년 동기 대비로도 작년 4분기 2.7%에서 올 1분기 2.4%, 2분기 2.2%, 3분기 1.7%로 하락세다.
독일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 대비 0.2% 감소한 영향이 컸다. 독일 경제가 역성장한 것은 2015년 1분기 이후 3년여 만에 처음이다. 독일 정부는 수출 감소를 주 원인으로 분석했다.
무역전쟁이 확산되면서 독일의 수출이 악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EU 회원국의 9월 승용차 판매가 전년 동월 대비로 23.5% 줄어든 데 이어 지난달에도 7.3% 감소하면서 독일 주요 산업인 자동차산업이 침체를 겪고 있다.
독일 정부가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최근 2.3%에서 1.8%로 낮췄지만 이마저도 달성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현지 언론에서 나오고 있다.
이탈리아의 3분기 경제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를 기록해 가까스로 마이너스 성장을 면했다. 프랑스 GDP는 0.4% 증가해 비교적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법인세 인하 등 경기부양책 효과라는 지적이 많다.
주요국 경제의 둔화세가 뚜렷해짐에 따라 EU 집행위원회(EC)는 내년 유로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0%에서 1.9%로 0.1%포인트 낮췄다. 2020년 성장률은 1.7%로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국가별로는 독일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1.9%에서 1.7%로 하향 조정했고, 내년 전망 역시 1.9%에서 1.8%로 낮췄다. 이탈리아는 올해 1.3%, 내년 1.2%로 예상했다. EC는 △브렉시트에 따른 불확실성 △이탈리아의 대규모 적자예산 편성 등 일부 회원국의 국가부채 증가 △미국 보호무역주의 정책 등을 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이유로 꼽았다.
유로존 경제가 부진하면서 유럽중앙은행(ECB)이 양적완화 종료 방침을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CB는 채권을 매입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정책을 오는 12월까지만 하고 중단한다는 방침이다.
물가상승률은 높아지고 있다. 유로존의 10월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2% 올랐다. 9월(2.1%)보다 높아진 것으로 유럽중앙은행(ECB)의 연간 물가상승률 목표치(2%)를 웃돌았다. 유로스타트는 원유 등 에너지 가격 상승의 영향이 컸다고 분석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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