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 베이징 = 최헌규 특파원] "예년 단오절에 비해 입장객이 30%도 안되는 것 같아요. 신파디 농산물 도매시장에서 발생한 코로나19의 영향이 적지않은 것 같아요".
단오절 연휴 마지막날인 27일 베이징 북서쪽에 위치한 베이징 식물원 동남문 입구. 매표소 직원은 단오절 연휴 식물원을 찾은 유커의 상황을 이렇게 소개했다. 베이징의 인기 관광지중 한 곳이지만 이날 정오 무렵 식물원을 찾은 유커들은 손에 꼽을 정도로 그 수가 적었다.
단오절 연휴 불경기는 시가 집계한 관광지 영업 통계에도 여실히 드러난다. 베이징 상보는 29일 베이징시가 모니터링하는 중점 관광지 누계 접객 여객이 135만 명에 달했다며 이는 작년 같은 때에 비해 23.2% 수준이라고 전했다. 영업 수입도 24.1%인 7240만 위안에 그쳤다.
중국은 본래 단오절 소황금주를 전환점으로 내수 소비 폭발을 유도함으로써 하반기 경제 회복에 속도를 낼 작정이었다. 하지만 신파디 농산물 도매시장발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되면서 이런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보름 전인 6월 11일 발생한 신파디 코로나19 사태는 단오절 소황금주 여행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단오절 연휴를 앞두고 당국은 여행 소비를 권장하면서도 유커의 발길을 통제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 유커들의 외출및 소비심리는 바짝 움추러 들었다.
[뉴스핌 베이징 = 최헌규 특파원] 27일 베이징 식물원 매표구에서 여행객들이 스마트폰으로 예약한 표를 수령하는 절차를 밟고 있디. 매표소 관계자는 입장객이 예년 단오절의 30%도 안된다고 말했다. 2020.06.29 chk@newspim.com |
식물원 안으로 들어가니 홍루몽의 저자 조설근 기념관, 열대 화초 온실, 그리고 원때 만들어진 세계 최대 규모의 동주조 와불, 주요 볼거리는 코로나 예방을 위해 예외없이 문을 닫았다. 무늬만 개방인 셈이다. 조금전 출입구에 왜 유커의 발길이 뜸했는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식물원 경내에는 매점이 몇곳 있었지만 분식이나 간단한 식사거리를 파는 데는 한 곳도 눈에 띄지 않았다. 점원은 코로나19 때문에 규제가 심해져서 음료와 과자 정도만 판매한다고 말했다. 매점에 따린 휴계실도 접근 금지 띠를 쳐놓고 입장을 막았다.
조설근 기념관 등을 외관으로만 더듬 더듬 훑어본 뒤 양계초 묘지를 지나 식물원 맨 후방쪽인 수원 발원지(水源頭)를 향해 발길을 옮겼다. 제법 숲이 우거지고 작은 계곡에서는 물이 졸졸 흐르고 있었다. 계곡에 발을 담그고 있던 여행객은 저 아랫쪽 이화원 쿤밍(昆明)호와 남쪽 서산 공원 온천이 이곳에서 발원했다고 일러줬다.
수원 발원지 터를 지나 북서쪽으로 좀 더 깊숙히 들어가자 길은 식물원 경내를 벗어나 완전한 등산 코스로 접어든다. 산상에서 음료를 파는 젊은 부부는 가오더(高德) 지도 앱을 열어보이며 이곳에서 서산(삼림 공원)쪽으로 등산을 할 수도 있고 샹산(香山, 향산) 북문으로 내려가 서교선 샹산 전철을 이용할 수도 있다고 소개했다.
[뉴스핌 베이징 = 최헌규 특파원] 베이징 식물원내 홍루몽의 저자 조설근 학방에서 한 여행객이 전시된 책을 들러보고 있다. 2020.06.29 chk@newspim.com |
바이오 분야 회사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 등산객은 신파디 도매시장 사태가 아니었으면 지금 생산 조업 정상화와 소비 경제가 예전 수준으로 회복됐을 것이라며 사람들의 심리가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우려 때문에 여전히 위축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괘나 친철한 사람이었다. 오던 길을 10분 넘게 되돌아가 하산 길을 안내해 준 그는 코로나19 사태로 중국인의 생활 습관이 크게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인의 생활 위생, 식품 안전 등에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고, 비록 식품 회사는 아니지만 자신의 회사도 그에 대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하산 길은 향산 북문으로 이어졌다. 평소 연휴와 달리 향산 입구 일대 식당가에는 행락객의 발길이 뜸하다. 전철 시쟈오(西郊)선 종점 향산 역 근처의 한 음식점 주인은 매출이 보통때 성수기의 20%도 채안된다며 한숨을 지었다. 실제 30분 정도 식사하는 동안 한팀 한 명의 손님도 없었다. 주인은 "올 상반기엔 절반은 쉬고 절반은 개점 휴업 상태였다"고 말했다.
베이징= 최헌규 특파원 c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