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칼럼은 존 켐프 로이터 시장분석가의 개인 견해로 로이터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런던, 5월29일 (로이터) - "위기는 보통 사회와 기술에 존재하는 트렌드를 강화시키며 트렌드를 새롭게 만들거나 약화시키지는 않는다", 역대 최고의 세계 체스 챔피언으로 꼽히는 게리 카스파로프 프로체스협회(PCA) 설립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판데믹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사회ㆍ경제의 변동은 대부분 가장 저항이 적은 방향으로 매우 작게 거의 인지할 수 없는 것들로 시작되다가 가시적인 유의미한 변화가 나타날 때까지 점진적으로 퍼지고 가속화된다.
판데믹이나 전쟁같은 충격은 이미 존재하고 있는 변화를 촉진한다. 왜냐하면 그러한 변화들에 맞섰던 일부 반대세력들이 단기적 필요에 의해서 일시적으로 약화되기 때문이다.
충격은 사회ㆍ경제 체제 변화를 막고 있던 일부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그리고 심리적 무력감과 타성을 극복하게 한다.
예컨대, 코로나19 판데믹으로 촉진된 현금결제에서 전자결제로의 변화같은 것들은 이미 영국을 비롯한 국가들에서 존재하고 있던 것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재택근무의 증가, 그리고 붐비는 도심으로의 통근이 줄어든 것이다.
지난 3월 말 이후, 영국 정부는 근로자들이 가능하다면 재택근무를 할 것을 권고했다.
판데믹은 분산화된 재택근무의 광범위한 실험을 실행케 했다.
많은 근로자와 사업자들은 이러한 변화를 열광적으로 받아들였다. 일부는 외출제한이 완화된 이후에도 계속해서 특정한 시간만이라도 재택근무를 하기를 원했다.
영국 정부의 '연례 인구 조사'에 따르면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의 비율은 코로나19 판데믹 이전부터 수년 간 꾸준히 증가해왔다.
2019년, 이 조사에서 3,260만 명의 근로자 중 170만 명이 대부분의 근로시간을 집에서 보내는는 것으로 나타났고, 400만 명은 일부 시간 동안 집에서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의 비중은 2017년 4.6%, 2018년 4.9%에서 2019년 5.1% 로 높아졌다.
재택근무를 하는 근로자가 대부분 고리타분한 회사 문화에 반항적이고, 근로형태가 불안정한 밀레니얼 세대일 것이라는 인식과는 달리, 재택근무 비율은 연령이 높아질 수록 높아졌다.
50세 이상 근로자가 재택근무를 할 가능성은 30대 이하 근로자 보다 3배 이상 많았다.
또한 직책이 높을 수록 재택근무를 할 확률이 높았다.
모든 직업이 집에서 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보ㆍ통신, 과학ㆍ기술 자문이나, 부동산, 예술ㆍ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는 재택근무가 더 흔하다.
반면, 제조, 헬스케어ㆍ복지, 건설, 교육, 수송ㆍ보관 등 현장 업무가 필요하거나 사람 대면이 중요한 산업은 재택근무가 매우 드물다.
지역적 차이도 두드러진다. 영국의 남동 지역, 런던, 남서 지역, 동 잉글랜드 등에서는 재택근무가 흔하고 북서 지역, 북동 지역, 북 아일랜드에서는 드물다.
이런 재택근무 비율의 지역적 차이는 지리적 산업구조 분포를 보여준다.
제택근무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들은 일반적으로 노동 생산성, 소득과 경제성장률도 가장 높다.
재택근무는 코로나19 판데믹 이전에도 증가해 왔지만, 특정한 직업군과 높은 직책의 사람들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판데믹은 이러한 추세를 가속화했고, 더 넓은 분야의 직업군의 사람들과 낮은 직책의 근로자들도 재택근무비율이 증가했다.
재택근무의 증가는 에너지 소비량ㆍ교통량 감소로 이어질 것이며 동시에 도심지역 사무실 공간의 수요도 감소시킬 것이다.
판데믹 이전에도 재택근무가 증가한 사실은 그것이 실제 사회ㆍ경제적 요구와 맞닿아 있음을 보여준다. 외출제한은 그것이 더 넓은 범위의 근로자로 확대될 수 있으며 더 많은 사람들에게 수용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칼럼원문 (권오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