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간 무역담판이 이제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월가는 양국이 협상 재개에 합의할 확률을 80% 수준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결과가 어떻게 나올 지는 아무도 알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하반기 세계 경제와 증시 움직임은 이 협상 결과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국경제TV와의 인터뷰 내용을 전합니다. 질문1> 마감한 미 증시 흐름부터 짚어주시죠. 주말인 29일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간 무역담판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뉴욕 증시는 연일 횡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오늘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양국이 추가 관세 보류와 협상 재개에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보도하며 장 초반 IT주들이 강세를 보였지만,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이 이 보도를 부인해 힘이 빠졌습니다. 나스닥은 오름세를 유지하며 0.73% 상승 마감됐지만 ‘737맥스’에서 또 다른 문제점이 발견된 보잉 주가가 2.9% 급락한 탓에 다우는 0.04% 약보합세로 끝났습니다. 시장 관심은 온통 무역협상에 쏠려있는데요. 여러 보도가 난무하고 있지만, 커들로 위원장이 밝혔듯 "어떤 잠정 합의도 이뤄지지 않았으며,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도 있다"는 발언이 가장 정확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오늘 1분기 미국 GDP 증가율이 3.1% 증가한 것으로 확정 발표됐지만 장세에는 별다른 영향은 주지 못했습니다.
질문2> 미중 양국이 내일 오전 정상회담을 통해 추가 관세부과 연기와 협상재개에 합의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만, 돌발변수는 없을지요.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지 않습니까? 어제 온건파인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무역합의가 90% 마무리됐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돼 희망이 커졌었는데요. 오보로 드러나 급등하던 각종 시세가 1시간여만에 원상복귀하는 촌극이 벌어졌었습니다. "지난달 결렬 전 양국은 90% 정도 합의를 했었다"는 발언을 CNBC가 현재형으로 잘못 전달했던 것이었지요.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중국이 이번 협상에서 화웨이에 대한 제재 해제, 그리고 그동안 부과한 관세 철폐 등을 전제 조건으로 제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는데요. 미국이 이를 받아들일 지 의문입니다. 미국은 합의 이행을 위해 관세를 남겨두겠다는 입장입니다. 또 화웨이에 대한 제재는 국가안보와 관련된 별개 문제라는 자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화웨이도 협상에 포함될 수 있다"고 며칠 전 밝혔는데요. 야당인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마저 "화웨이 문제는 협상 대상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물러서면 안된다"고 밝히는 등 미국내 반발도 있습니다. 강경파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 류허 중국 부총리와의 통화에서 중국이 요구하는 균형잡힌 무역 합의는 없을 것이라고 말을 자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술 도용 등 중국의 잘못된 기존 무역관행을 감안하면 균형있는 합의는 얼토당토않다는 얘기입니다. 월가에서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보도처럼 양국이 휴전 연장과 추가 관세 보류에 합의할 것으로 점치는데요. 리서치펌인 에버코어 ISI는 양국이 추가 관세를 무기한 연기하고 협상을 재개할 가능성을 45%, 추가 관세를 일정 기간 연기하고 협상할 가능성을 35%로 협상 재개 확률이 80%에 달한다고 추정했습니다. 하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책사였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이날 양국이 일부 작은 이슈에 대해선 합의할 수 있겠지만, 무역 전쟁은 내년 대선 때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습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에겐 타결이 늦춰지는 게 내년 대선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지요.
질문3> 무역전쟁은 단순히 양국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의미있는 결과가 있길 모두가 바랄텐데요. 무역 담판이 결렬되고 관세 부과가 발효되면, 전 세계 시장에 미칠 피해가 크지않겠습니까? 말씀드렸듯이 월가는 협상 재개와 추가 관세 연기 등 더 이상 갈등이 고조되지는 않는 경우에 80% 정도 베팅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협상이 결렬되고 관세 전쟁이 심화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된다면 시장엔 큰 충격을 줄 수 있겠습니다. 그렇게 되면 남은 희망은 미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가 유일할 텐데, 과연 소폭의 금리 인하로 이 정도 충격을 이겨낼 수 있을 지 의문입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협상 실패로 양국의 모든 교역품에 25% 추가 관세를 매기면 글로벌 GDP가 2021년 말까지 1조2000억달러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세계 GDP의 약 40%를 차지하는 양국이 전면전을 벌인다면 세계 경기가 좋을 수가 없겠지요.
질문4> 향후 눈여겨봐야할 이슈나 이벤트가 있다면? 가장 중요한 게 역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간의 무역담판입니다. 이어 다음달 1~2일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산유국들의 회의, 이른바 OPEC+가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립니다. 올 1월부터 시작한 하루 120만배럴 감산을 하반기까지 연장하느냐를 논의하는 자리인데요. 연장 가능성이 높지만, 이 회의도 트럼프-시진핑 담판 결과에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만약 결렬된다면 감산 유지는 확실시됩니다. 좋은 결과가 나온다면, 수요 증가가 기대되면서 러시아 등이 감산 연장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음달 5일 나오는 6월 미국의 비농업 고용지표는 Fed의 금리 인하에 가장 큰 변수입니다. 오늘도 지난주 실업보험청구자수가 전주보다 1만 명 증가한 22만7000명으로 발표되는 등 미국 경기의 버팀목이던 고용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요. 시장은 6월 신규고용을 16만5000명 수준으로 예상합니다. 만약 지난 5월 충격을 줬던 7만5000명 증가와 비슷한 수치가 나온다면 미국 경제는 침체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