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4월25일 (로이터) 박예나 기자 - 달러/원 환율이 한국의 경제 펀더멘털 부진에 연일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시장참가자들은 환율이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상승 시동을 걸었던 환율은 이달 들어 본격적인 상승 국면에 돌입했고, 이번 주에만 약 20원 급등하면서 상승 탄성은 또한 커지고 있다.
올해 1분기 한국 실질 국내총생산이 전기 대비 0.3% 감소해 2008년 4분기 이후 최악의 성적을 거두자 25일 달러/원 환율은 2017년 1월 이후 최고치로 급등했다.
한국 경제를 가늠할 만한 주요 지표들이 줄줄이 꺾인 가운데 특히 수출 부진이 그간 원화 약세를 계속 압박해왔다. 수출이 3월까지 넉 달 연속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가운데 20일 기준 관세청 데이터를 통해 4월 수출 역시 부진할 것이라는 우려가 원화 약세를 제대로 부추겼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이란산 원유 판매 제재 예외 적용 중단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는 상황마저 발생하자 외환시장 수급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졌다.
외국인 주식 투자자에 대한 배당이 몰려 일시적으로 경상수지가 적자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에도 시장 일각에서는 달러 공급 우위였던 그간 외환시장 수급에 본격적인 조정이 있을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실제 최근 환율이 상승 탄력을 키우는 데는 이미 이같은 수급 변화가 반영되고 있다는 해석도 내려지고 있다.
최근 역외투자자의 공격적인 달러 매수세가 달러/원 환율에 그대로 반영되는 데는 그만큼 달러 공급이 헐거워진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작년처럼 단단한 레인지 장세를 지킬 만한 두터운 매물 저항이 없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달러/원 환율 추가 상승 전망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환율이 급하게 27개월 만의 최고치로 껑충 뛰었지만 '밀리면 사자'식 저가 매수 접근이 활발하다.
한 은행의 외환딜러는 "글로벌 펀더멘털 변화가 국내 펀더멘털 변화에 영향을 주고, 무엇보다 수급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시장 참가자들은 이런 수급 변화를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환율이 약한 고리 역할을 하면서 여타 다른 시장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당국 입장에서는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원화 약세가 이뤄진다면 나쁠게 없다"라고 말햇다.
다른 은행의 외환딜러는 "줄어드는 수출이나 좋지 않은 경제 전망을 종합했을 때 원화 약세로 어느 정도 풀어주는 것도 맞아 보인다"고 말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25일 긴급관계장관회의를 끝낸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환율의 변동성이 특이하게 나타난다면 정부가 적기에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시장참가자들은 당국의 스무딩 오퍼레이션을 추정했다. 하지만 속도 조절 차원 이상의 느낌을 받지 않았다는 반응들이다.
대내외 펀더멘털 개선이 이끄는 수급 변화가 없다면 달러/원 환율의 급격한 방향 선회는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펀더멘털, 수급, 그리고 심리의 세 박자가 이끄는 원화 약세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커졌다.
(편집 유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