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국내 증시가 깜짝 반등하면서 헤지펀드 사이에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주식 매수에 집중하는 롱바이어스드 헤지펀드 수익률에서 특히 온도차가 두드러진다. 상승장을 이끄는 정보기술(IT)주 중심의 헤지펀드는 올 들어 수익률 경쟁에서 약진하고 있다. 지난해 IT주 약세로 부진했던 것과 정반대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반면 방어주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교체한 자산운용사들은 신통치 않은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희비 엇갈린 헤지펀드 수익률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트리니티자산운용의 ‘트리니티 멀티스트레티지 1호’는 올 들어 14.07%의 수익을 냈다. 제이앤제이자산운용의 ‘제이앤제이 파트너알파’는 같은 기간 수익률 7.31%를 기록했다. 국내 주식형 헤지펀드 가운데 최상위권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이 펀드들은 지난해 수익률이 부진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트리니티 멀티스트레티지 1호’는 지난해 -43.81%, ‘제이앤제이 파트너알파’는 -19.21%로 큰 폭의 손실을 냈다. 둘 다 주식 매수 비중이 높은 롱바이어스드 펀드다. 주식 매수(롱)와 공매도(쇼트) 전략을 함께 구사하는 보통의 헤지펀드와 다르다. 상승장에선 높은 수익을 내지만 하락장에서는 손실을 방어할 수단이 없다.
포트폴리오에서 IT 업종 비중이 높다는 것도 비슷하다. 트리니티자산운용과 제이앤제이자산운용은 IT 업종이 시장 상승을 이끌었던 2017년 높은 수익을 냈다. 제이앤제이자산운용은 그해 40%, 트리니티자산운용은 100%가 넘는 수익을 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IT주가 약세였던 지난해 부진을 겪다 올 들어 반등한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최광욱 제이앤제이자산운용 대표는 “지난해 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표 IT주의 밸류에이션이 지나치게 싸졌다고 보고 하락기를 견딘 게 연초 이후 수익으로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대표적 롱바이어스드 펀드 가운데 부진한 성적을 기록한 운용사도 있다. 디에스자산운용의 ‘디에스 秀’는 올 들어 1.38% 손실을 냈다. 2017년에는 39.97% 수익, 지난해에는 27.97% 손실을 내며 다른 롱바이어스드 펀드와 비슷하게 움직였지만 올해 성적은 갈렸다. 디에스자산운용 관계자는 “2분기까지는 IT 업종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내다보고 바이오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교체했다”며 “IT주가 단기간 급등한 만큼 순환매가 이뤄질 것으로 판단해 포트폴리오는 유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IT 추가 상승” vs “온기 확산될 것”
IT주 중심으로 시장 반등이 이어질지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IT 업종 상승을 예상하는 전문가들은 반도체 업황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최 대표는 “과거 반도체 업종은 가격이 떨어져도 경쟁적으로 물량을 쏟아내는 치킨게임에 몰두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설비투자 규모를 줄이면서 공급 조절에 나선 만큼 반도체 업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동안 소외됐던 업종으로 온기가 퍼질 것이란 반론도 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이익 전망치가 하향 조정된 상황에서 시장이 반등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주당순이익)이 10배까지 높아졌다”며 “가격 부담이 생긴 만큼 주가가 많이 오른 종목보다는 가격 부담이 낮아진 종목으로 매수세가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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