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올해 들어 일학개미가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엔화로 중장기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아이셰어즈 미 국채 20년물 엔화 헤지' ETF(상장지수펀드)로 나타났다. 이 기간 일학개미의 순매수 규모는 3억5894만달러에 달했다.
2위 역시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아이셰어즈 코어 7-10년 미국채 엔화 헤지 ETF'(2892만달러)로 나타났다.
일학개미는 엔화 강세 전환과 미국 금리 인하를 예상하고 엔화로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ETF에 베팅한 것으로 보인다. 통상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여 금리가 하락하면 채권 투자자는 매매 차익을 얻을 수 있다. 또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하며 엔화가 강세에 따른 환차익도 기대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미국 금리 인하가 늦춰지고 엔화가 34년 만에 최저점으로 떨어지며 이들 종목의 수익률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연초 이후 아이셰어즈 미 국채 20년물 엔화 헤지는 13% 가까이 급락했다. 같은 기간 아이셰어즈 코어 7-10년 미국채 엔화 헤지도 5%대 하락했다.
미 연준은 올 초만 해도 연내 기준금리 세 차례 인하를 예고했지만, 견조한 미국 고용 시장 상황 등으로 시장에선 연말 한 차례 인하나 올해 금리 인하는 없을 것이란 전망이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지속되는 엔저도 손실을 키우고 있다. 지난 7일 기준 원/엔 환율은 전일 대비 3%가량 하락한 870원대 후반에 복귀했다. 지난 4월12일 잠시 900원대로 올라서며 환율 회복 기대감이 모였지만 같은달 26일 871.32원으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한 후 현재까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일학개미 투자 1위 미 장기채 ETF 수익률 곤두박질
일본 대표 증시 니케이225지수가 올 3월 사상 최고치(4만888.43)를 찍는 등 호황을 겪는 동안 원/엔 환율은 하락세가 계속돼 환차손 우려까지 커지고 있다. 현재까지도 일본은행(BOJ)은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향후 환율 전망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의 통화정책과 함께 미국 금리 인하 예상 시점도 불투명해지자 일학개미들은 장기 투자를 포기하고 타 종목으로 갈아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실제 아이셰어즈 미 국채 20년물 엔화 헤지 ETF는 현재 일학개미 보유 규모 1위인 동시에 올해 들어 가장 많이 팔아치운 종목(매도결제 규모 1억4416만달러)이기도 하다.
시장에선 "엔화 약세의 근본 원인이 미·일 간 금리 차 장기화인 만큼 추세에 변화가 없다면 엔화 약세는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중앙은행이 현재 경기 여건에 대한 전망을 바탕으로 엔화 약세에 대해 어느 정도 용인한 이상 당분간 엔화의 추세적인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