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노동조합이 결국 파업 깃발을 든다. 지난해 군산공장 폐쇄와 극심한 노사갈등으로 판매량이 곤두박질친 ‘한국GM 사태’의 후유증이 아직 남은 상태에서 노조가 무리한 파업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한국GM 노조는 이날 쟁의대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20~21일 부분파업에 나서기로 했다. 노조는 오는 22일 추가 파업을 할지 결정할 예정이다.
한국GM 노조는 기본급을 지금보다 12만3526원(호봉 승급분 제외·5.7%) 올리고 통상임금의 250%(약 1023만원)를 성과급으로, 650만원을 격려금으로 달라고 요구했다. 지난해 축소한 자사 차량 구매할인 혜택 등 임직원 복리후생을 원래대로 회복해달라는 주장도 하고 있다. 회사는 경영이 어려운 가운데 과도한 임금 인상 및 복리후생 원상회복 등은 어렵다고 반대했다.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한국GM을 둘러싼 경영환경을 감안할 때 노조의 파업이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GM은 지난해 2월 이후 내수시장에서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가뜩이나 신차 라인업이 부족한 상황에서 노사의 극한 대립이 벌어지자 소비자들이 등을 돌렸다는 분석이다. 한국GM은 2017년 1~7월 8만3510대의 차량을 한국 시장에서 팔았는데 올 1~7월 판매량은 4만2352대였다. 2년 만에 ‘반토막’난 것이다. 수출 물량도 줄면서 생산량은 같은 기간 32만626대에서 26만3133대로 감소했다.
게다가 한국GM의 본사인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세계 자동차 판매량이 줄어드는 데다 미래자동차에 대한 투자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GM은 지난해 11월 북미지역 공장 다섯 곳을 폐쇄하겠다고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노조가 강성 일변도로 나서면 GM 본사가 한국 공장에 대한 구조조정을 검토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다른 완성차 노조는 한국GM 노조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현대자동차 및 기아자동차 노조는 파업권을 확보했으면서도 파업을 최대한 보류하는 모습이다. 미·중 무역분쟁, 한·일 경제전쟁 등 악재가 쏟아지는 와중에 “돈을 더 달라고 파업할 때냐”는 여론의 비판을 신경쓰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아차 노조는 20일 사측과 막판 교섭을 할 계획이다.
한편 현대중공업 노조는 19일 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21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전 조합원 부분파업을 결정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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