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IPO 공모에 도전해 고배를 마셨던 자람테크놀로지(대표이사 백준현)가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상장절차를 재개한다. 앞서 한차례 수요예측을 통해 투자자들의 눈높이를 확인할 수 있었던 만큼 구주매출을 취소하고 공모규모와 몸값을 낮췄다. 여기에 상장 직후 유통가능 주식도 14% 수준으로 대폭 줄여 투심 끌어올리기에 나섰다.
20일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자람테크놀로지는 전일 금융위원회에 코스닥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며 공모절차에 착수했다.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은 내달 15~16일, 일반투자자 대상 청약은 같은 달 22~23일 진행할 예정이다. 상장 주관사는 신영증권이 맡고 있다. 자람테크놀로지는 지난해 9월29일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기 때문에 오는 3월말 이전에 상장을 완료하면 된다.
자람테크놀로지의 증권신고서 제출은 이번이 3번째다. 지난해 10월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가 수요예측을 하기 전에 상장을 곧바로 자진 철회했다. 이어 11월 공모구조를 변경하고 기존보다 몸값을 낮춰 다시 12월 초 공모절차를 개시했다. 당시 구주매출 비중을 기존 20%에서 10%로 축소하는 한편 공모규모를 15~17%가량 줄이고 상장밸류도 13.7~15.2%가량 낮췄다. 하지만 수요예측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해 상장을 다시 한번 철회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와 금리 인상에 따른 자금경색 등 주식시장의 변동성 확대 우려가 심화됐고, 연말 IPO시장의 자금사정이 더욱 좋지 못했던 것도 악재로 작용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12월 상장을 마친 SAMG엔터와 바이오노트는 11월말에서 12월 중순 수요예측을 진행했는데, 평균 수요예측 경쟁률이 24대 1로 ‘뚝’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연초에 일부 중소형 공모주들이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IPO시장의 큰 변화가 감지된 것은 아니지만 연말 대비로는 다소 풀리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자람테크놀로지는 다시 한번 상장절차를 재개했다. 또 수요예측 과정에서 투심을 한차례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에 공모 성공을 위해 공모구조와 몸값을 다시 한번 조정했다. 회사 측은 공모구조, 고객사 추가 수주 현황, 시장 상황 등을 다방면으로 고려해 공모 재도전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총 공모주식 수는 기존 100만주에서 93만주로 변경됐다. 기존에는 구주 매출이 10%를 구성했으나, 이를 취소하고 이번에는 전량 신주모집으로 구조를 짰다. 아울러 공모가 희망범위도 1만6000~2만원으로 낮춰 공모금액을 149억~186억원으로 축소했다. 이는 기존(180억~220억) 보다 15.4~17.2% 하향조정 된 것이다. 조정된 희망밴드 기준 상장밸류는 992억~1240억원 수준이다. 기존 1111억~1357억원 대비 몸값이 8.6~10.7%가량 낮춰진 셈이다. 최초 제출된 증권신고서 대비로는 몸값이 22~23%가량 하향된 것으로 파악된다.
여기에 공모를 성사시키기 위해 기존주주들도 힘을 보탰다. 기존에는 상장 직후 유통물량이 25.10% 수준이었으나, 이번에는 14.14%로 축소됐다. 기존 주주들의 보유물량 대부분에 자율적 락업을 걸어 상장 후 오버행 위험을 대폭 줄였다는 게 주관사 측의 설명이다.
주관사인 신영증권 관계자는 “이번 상장 재추진에는 시장의 의견을 수렴해 공모 구조를 조정하고 투자자 친화력을 높이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자람테크놀로지의 차세대 통신반도체 설계기술은 고성능 시스템 반도체 설계에 적용 가능할 정도로 수준이 높아 추후 성장 파이프라인의 확장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00년 설립된 자람테크놀로지는 차세대 통신반도체 설계기업이다. AP칩, 멀티미디어 신호처리 전용반도체, 하이패스 단말기용 반도체 등 다양한 반도체의 개발과정에서 기술력과 노하우를 축적했다. △광트랜시버 △기가와이어 △DVT 등을 안정적 캐시카우로 마련한 가운데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XGSPON SoC △XGSPON 반도체칩을 결합한 스틱 형태의 제품인 XGSPON STICK 등을 확보했다.
초고속 통신망 구축에 필수적인 차세대 통신반도체 XGSPON SoC는 자람테크놀로지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발 및 상용화한 제품이다. 또 자체개발한 광부품일체형 XGSPON STICK도 일본 라쿠텐사(社) 5G망에 적용되면서 상용화에 성공했다. 이는 세계 최초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