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2년여간 국민 재테크로 불렸던 IPO 공모시장이 올해는 급격한 유동성 긴축 속에 직격탄을 맞았다. IPO시장을 표현하는 수식어는 ‘한파’ ‘빙하기’ ‘냉각’ 등등 온통 잿빛투성이고, 투자자들의 시선도 차갑기만 하다. 하지만 겨울에도 꽃이 피듯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투자자들에게 높은 수익률을 안겨준 공모기업들이 있다. 올 한 해 동안 공모 수익률 100% 이상을 기록한 기업들을 되짚어봤다. |
[더스탁=김효진 기자] #“단군 이래 최대 IPO”…공모규모∙기관 주문∙청약증거금 등 신기록=올해 1월 코스피에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은 국내 IPO역사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기업이다. ‘단군 이래 최대 IPO’라는 수식어를 달고 발행시장에서 각종 신기록을 쏟아냈고, 상장과 동시에 시가총액 2위 자리에도 올랐다.
LG에너지솔루션은 먼저 국내 IPO사상 최초로 공모금액 10조원 고지를 밟았다. 이전 최고기록은 2010년 삼성생명이 기록한 4조8881억원이다. 그간 5조원 이상의 IPO딜도 없었는데, 공모금액을 무려 12년여만에 두 배 이상의 규모로 깬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12조7500억원의 딜을 성사시켰는데, 이는 올해 연간 IPO공모금액의 80%를 웃돈다.
성장성이 큰 배터리시장에서 워낙 주목받는 글로벌 기업이다보니 시장의 관심이 온통 집중됐다. 수요예측에는 1988곳의 기관투자자가 참여해 1경5203조원어치를 주문했다. 기관 주문금액이 1경을 넘어선 것은 국내에서 유례없는 기록이다. 공모금액이 엄청났지만 수요예측 경쟁률도 2023대 1로 코스피 IPO 역대 신기록을 세웠다. 청약증거금의 경우 역대 최고치인 114조원 유입됐다.
시장에 주는 파장이 워낙 컸기 때문에 공모 후 후폭풍도 거셌다. 공모 흥행이 예견된 상황에서 기관들이 자금조달 능력과 상관없이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무리한 베팅을 했다는 지적이 나왔고, 이는 수요예측 제도 개편 움직임으로 이어졌다. 금융당국이 이른바 '뻥튀기 청약'에 메쓰를 들이댄 계기가 됐다.
#상장 초기 주가 ‘흔들’…3분기 실적 등에 업고 공모수익률 100% 이상 달성=다만 떠들썩했던 분위기와 다르게 상장 초기 주가 흐름은 투자자들의 기대에 어긋났다. 첫날 시초가 수익률 99%를 달성했지만 이후 주가는 6개월가량 내리막길을 탔다. 하지만 공모가(30만원)를 한 번도 하향 이탈하지 않았다. 이후 7월 35만2000원을 저점으로 주가는 상승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타면서 지난달 11일에는 장 중 62만9000원의 고점을 찍었다. 이는 상장 이후 최고치로 공모가 대비 수익률은 109.7%에 이른다. 이 시기 순매수 주체는 주로 외국인과 연기금으로 파악된다.
무엇보다 실적이 주가상승을 뒷받침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0년말 분사 이후 지난해 매출액 17조 8519억원에 영업이익 7685억원을 거뒀다. 올해는 3분기까지 누적 매출 17조 611억원에 영업이익 9763억원을 냈다. 매출액은 연간기록과 유사했고, 영업이익은 온기실적을 훌쩍 넘어섰다. 특히 3분기 실적이 크게 기지개를 켰다. 3분기에는 매출액 7조 6482억원, 영업이익 5219억원을 냈는데, 전년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은 89.9% 확대됐고, 영업이익은 전년 3728억원 적자에서 큰 폭의 흑자로 돌려세웠다. 분기 매출로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회사 측은 “3분기에는 상반기 대비 유럽 및 북미 고객사 수요가 개선되면서 전기차 배터리 출하량이 증가했고, 북미 전력망용 ESS제품 공급 및 IT 신모델 수요 대응으로 매출이 크게 확대됐다. 수익성 측면에서는 매출 상승으로 인한 규모의 경제 효과를 봤고, 한편으로는 원가 상승분을 판가 인상에 반영하고 생산효율성을 높이면서 전 제품의 마진이 개선됐다. 여기에 환율도 우호적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11월 중순 이후에는 주가가 상승흐름을 이어가지 못하고 고점에서 30%이상 내림세를 기록 중이다. 환율, 일회성 상여금, 높은 원재료비 반영으로 인한 스프레드 축소, 고객사 재고조정 등으로 4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시장전망이 나오면서 주가에 부담을 준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달여간 주가부진에도 공모수익률은 아직도 45% 수준을 보이고 있다.
#내년 실적전망 밝아…북미 얼티엄셀즈 공장 가동 본격화 예상=최근 북미, 유럽 등 주요 시장의 전기차 침투율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내년에도 실적호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는 미국시장 양산 본격화로 큰 폭의 외형성장을 이룰 것으로 내다봤다.
이 연구원은 "2023년 미국 얼티엄셀즈 1공장 가동이 모두 반영되며 하반기에 2공장(50GWh) 가동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오창 공장라인을 증설한 원통형배터리 13GWh 양산도 시작돼 2022년 대비 44% 이상 외형성장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미국 내 중국 제외 글로벌 배터리 기업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원재료 가격 상승에 대한 판가 전가가 용이한 상황이다. 때문에 미국공장 양산 시, 생산비용 상승에도 불구하고 6% 대의 영업이익률 유지가 가능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북미시장 IRA 정책 등으로 가파른 성장 예상…현지 밸류체인 강화 전략=LG에너지솔루션은 EV, ESS, IT기기, 전동공구, LEV 등에 적용되는 배터리를 제조하는 기업이다. 지난 2020년 말 LG화학에서 물적분할 했으며, 올해 1월 27일 코스피 시장에 상장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1990년대 초반부터 R&D 투자를 시작하면서 기술과 제품에서 리더십을 확보하고 글로벌 대표 배터리기업으로 성장했다.
여기에 전기차 시장 성장성을 토대로 글로벌 생산거점과 생산능력도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현재 국내 외에도 유럽, 중국, 북미시장에 거점을 두고 있다. 오는 2025년 생산능력은 500GWh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북미 전기차시장의 가파른 성장이 전망되는 만큼 해당지역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3분기 말 기준 370조원의 수주잔고를 확보하고 있는데, 이 중 북미시장 비중이 70%에 달한다. 주요시장인 미국은 IRA(인플레이션감축법), CAFE(평균연비제도) 등 다양한 친환경 에너지산업 활성화 정책 도입으로 배터리의 가파른 수요 확대가 전망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시장선점을 위해 GM, 스텔란티스, 혼다 등과 현지 JV(합작법인)를 결성해 북미 생산능력을 확장하는 한편 현지에서 밸류체인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핵심소재와 메탈은 현지화를 확대하고 지분투자 및 장기 공급계약을 추진한다. 아울러 선도업체와 파트너십을 구축해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시스템도 구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