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탁=김효진 기자] IPO시장의 투심이 더욱 악화되면서 12월 상장기업의 공모성적은 속절없이 무너졌다. 올해 부진한 흐름 속에서도 월간 공모경쟁률은 쭉 세 자릿수를 지켜왔는데, 12월에는 두 자릿수를 간신히 넘기는 데 그쳤다.
27일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SAMG엔터와 바이오노트가 증시에 입성한 12월에는 평균 수요예측 경쟁률과 청약경쟁률이 각각 24대 1과 10.8대 1 그쳤다. 종목별 수요예측 경쟁률은 SAMG엔터가 44.7대 1을 기록했고 바이오노트는 3.3대 1로 집계됐다. SAMG엔터는 국내 최다 3D 애니메이션 제작 회사로 ‘미니특공대’ 시리즈, ‘캐치! 티니핑’, ‘슈퍼다이노’ 등 다양한 히트 IP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실적도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384억원에 영업이익 34억원으로 흑자 전환한 데 이어 올해는 3분기 누적 매출액 426억원에 영업이익 38억원을 거둬 지난해 연간실적을 이미 초과했다.
하지만 유동성 악화로 늪에 빠져 있는 시장은 밸류에이션 하향조정을 요구했다. 아울러 SAMG가 이미 창출한 실적이 아니라 내년 추정 당기순이익을 기준으로 밸류에이션을 제시했기 때문에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도 있었을 것으로 해석된다. SAMG가 내년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당기순이익은 178억원 수준이다.
바이오노트는 공모 사정이 더욱 좋지 않았다. 체외진단 시장에서 원천기술, 세계 최대 생산 인프라, 전방위 포트폴리오 구축, 글로벌네트워크 등 핵심경쟁력을 확보하고 있고 최근 실적도 퀀텀 점프했지만 시장은 회사가 제시한 밸류에이션을 용인하지 않았다. 코로나19 관련 제품의 매출비중이 높은 점이 특히 부담으로 작용했다.
아울러 공모규모가 컸던 점도 걸림돌이 됐다. 유동성이 걷히고 IPO시장에도 돈줄이 마르면서 공모규모 1000억원 이상의 딜은 올해 대부분 맥을 못추고 있는 형국이다. 상장 이후에도 수급 부담이 덜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소형주 위주로 IPO딜이 주로 이뤄지고 있다. 바이오노트는 당초 2340억~2860억원의 공모를 추진했으나 936억원의 공모금액에 만족해야 했다.
청약은 분위기가 더욱 가라앉았다. SAMG엔터가 6.9대 1, 바이오노트가 14.6대 1을 기록해 월 평균 경쟁률은 10.8대 1에 그쳤다. 수요예측 결과가 매우 저조했고,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졌다. 여기에 11월 중순 이후 증시흐름도 받쳐주지 못했다. 9월 저점을 찍고 전고점 부근인 2500선까지 반등했던 주가는 11월 중순 이후 관망세를 보이다가 이달 들어 다시 하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다만 공모성적과 다르게 상장일 주가는 좋은 흐름을 연출했다. SAMG엔터는 시초가 수익률 6.18%에 이어 상한가로 마감하면서 종가 수익률이 37.94%로 올랐다. 이후에도 좋은 흐름을 보이면서 현재 공모가 대비 수익률이 50%를 웃돌고 있다. 바이오노트도 각각 상장일 수익률 10.89%와 18.33%로 데뷔전 양호한 성적을 냈다.
전달인 11월에는 큐알티, 뉴로메카, 제이아이테크, 디티앤씨알오, 윤성에프앤씨, 티쓰리엔터테인먼트, 티에프이, 엔젯, 유비온, 인벤티지랩, 펨트론이 상장에 성공했다. 월간 수요예측 경쟁률과 청약경쟁률은 각각 587대 1, 139대 1을 기록했다. 이는 직전 달인 10월 대비 각각 22%, 72%가량 떨어진 수치다. 수요예측에서는 뉴로메카, 티쓰리엔터테인먼트, 티에프이가 경쟁률 1000대 1을 돌파했고, 청약경쟁률의 경우 뉴로메카와 티쓰리엔터테인먼트 2곳만이 1000대 1을 초과했다.
전년 동월인 12월에는 툴젠, 다올인베스트먼트(옛 케이티비네트워크), 래몽래인이 상장에 성공했다. 수요예측과 청약경쟁률은 각각 542대 1과 849대 1을 기록해 청약경쟁률이 훨씬 높았다. 최근 재벌집 막내아들로 주목을 받았던 래몽래인이 수요예측과 청약에서 각각 1546대 1, 2055대 1을 기록하면서 경쟁률을 견인했다. 래몽래인은 의무보유 확약비율 17.15%를 기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