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탁=김효진 기자] 금융당국이 IPO 제도 개편을 통해 공모시 허수청약과 상장 당일 주가 급등락 관행 등에 제동을 건다. 수요예측 본연의 가격 발견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상장일 가격 변동폭을 대폭 확대해 상장 초기 과도한 주가 급등과 급락의 부작용을 완화한다는 목표다.
이에 따라 앞으로 적정 공모가 산정을 위해 증권신고서 제출 전 사전 수요조사를 허용하는 한편 기관투자자 납입능력에 맞는 청약배정을 위해 IPO주관사 책임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주관사가 확인 의무를 게을리하거나 허수성 청약기관이 발견될 경우 제재나 페널티를 부여할 예정이다. 또 상장일 가격 변동폭을 공모가격의 60~400%로 확대해 ‘따상’이나 ‘따상상’ 발생 가능성을 낮추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18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IPO 건전성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제도개편은 금융감독원, 금융투자협회, 한국거래소와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 중 관련 규정 개정 등 제도개선을 신속히 추진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우선 수요예측을 내실화 해 적정 공모가 산정을 유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사전 수요조사를 허용할 방침이다. 현재는 증권신고서 제출 전 투자자 모집 및 매출이 금지되고 있는데, 신고서 제출 전 공모주 일부를 청약하는 코너스톤투자자 도입과 연계해 자본법을 개정할 예정이다. 또 통상 2일간 진행되는 수요예측 기간도 7일 내외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기관투자자 청약 및 배정에 관한 사항도 손질한다. 이른바 ‘뻥튀기 청약’을 방지하겠다는 뜻이다. 인기 공모주의 경우 물량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관투자자들이 주금 납입물량을 초과해 신청하는 관행이 만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단적으로 올해 초 코스피 시장에 입성한 LG에너지솔루션 수요예측시 순자본금 5억원, 순자산 1억원에 불과한 자산운용사가 9.5조원을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관행이 지속되면서 공모가 결정이 합리적인 수준에서 이뤄지지 못하고 ‘밴드 상단’ 이상에서 결정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공모가 상단이상 결정비율은 2019년 65.85%에서 2020년 80%, 지난해 86.5%까지 증가했다.
허수성 청약 수요관리는 주관사의 책임을 강화한다. 주관사가 기준을 자체적으로 마련해 수요예측 참여기관의 주금 납입능력을 확인한 후 물량 배정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확인의무를 소홀히 하거나 물량을 과다 배정할 경우 금감원 검사를 통해 업무정지 등 제재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허수성 청약기관에도 주관사가 배정물량 대폭축소, 수요예측 참여제한 등 페널티를 부여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아울러 수요예측은 공모주의 가격발견을 위한 것인 만큼, 공모가를 기재하지 않은 기관에는 공모주를 배정하지 않도록 불이익도 부과한다.
마지막 개편 건은 상장 후 주가 급등락 방지에 관한 사항이다. 현재 의무보유 기간 종료 후 오버행으로 주가 변동폭이 급격히 커질 수 있는 만큼 주관사가 의무보유확약 기간에 따라 물량을 차등 배정하도록 규정을 개정할 예정이다.
또한 금융당국은 상장 초기 급등락으로 투자자 피해가 크다고 보고 있다. 현행 제도는 공모가의 90~200% 수준에서 시초가가 결정된 후 장중 상하 30%의 가격 변동을 허용하고 있다. 때문에 ‘따상’(시초가 더블 후 상한가)이나 ‘따상상’(시초가 더블 후 2연속 상한가)이 심심지 않게 발생하고 있는데, 소수 계좌에서 빠른 속도로 매수체결을 과점하거나, 수 일간 과도하게 급등했다가 급락이 발생하는 등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당국은 미국, 일본, 중국 등 해외 사례를 참고해 상장일 시초가와 가격제한폭을 각각 공모가 기준 60~400%로 확대하기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상장 당일 가격 변동폭을 대폭 확대함에 따라, 상장 직후 일시적 투자심리 과열이나 일부 소수 투자자의 투기적인 베팅 등으로 쉽게 가격 변동폭 상한에 도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확대된 가격 변동 제한폭에서도 소위 ‘따상’ 등이 발생하고 이후 급락하는 등 시장 가격 발견기능에 왜곡이 지속될 경우, 상장 당일 가격 제한폭 미적용 등 추가 조치들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중장기적으로는 주가 급등락 방지를 위해 IPO 단기차익거래 추적시스템 구축을 검토하고 있다. 의무보유를 확약하지 않은 기관들의 공모주 매도내역을 일정기간 모니터링하고, 이를 주관사에 제공해 향후 공모주 배정시 참고자료로 사용하도록 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