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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먹을 밥, 클릭 한번에…'땡처리'로 산다

입력: 2020- 03- 09- 오전 02:20
© Reuters.

편의점에서 파는 도시락, 샌드위치 등은 하루를 넘기지 않고 밤에 폐기한다. 백화점 식품관은 퇴근 무렵인 오후 6시부터 베이커리, 초밥 등을 30~40% 싸게 판다. 유통기한이 하루밖에 안 되는 음식 등은 편의점과 백화점의 고민거리였다.

최근 반값에라도 팔겠다는 판매자와 싸게 사고 싶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서비스가 잇따라 생겨나고 있다. 유통기한 임박 상품을 50~90%가량 싸게 팔아 음식물 쓰레기도 줄일 수 있어 인기를 얻고 있다.

○롯데도 주목한 임박상품 시장

롯데백화점 서울 소공점 본점 식품관은 지난 1일부터 마감세일을 하는 품목을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놨다. 식품관을 일일이 돌아다니지 않아도 어떤 상품을 싸게 파는지 알 수 있다. 스타트업 ‘미로’가 2018년 12월 출시한 모바일 앱 ‘라스트오더’를 도입해 이런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라스트오더는 스마트폰을 통해 사용자 위치 주변의 외식 매장, 식자재 가게, 편의점 등의 할인정보를 제공한다.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소비자는 상품을 선결제한 뒤 매장 식사와 방문 포장 둘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편의점 세븐일레븐도 지난달 1일부터 라스트오더를 도입했다. 전국 1만여 개 점포 중 8000여 곳이 라스트오더를 활용한다. 폐기 직전의 도시락 등을 반값에 살 수 있다. 도입 한 달여 만에 누적 5만4000여 건의 판매가 이뤄졌다.

오경석 미로 대표는 “세븐일레븐을 포함해 1만5000여 곳 매장이 라스트오더와 제휴했다”며 “올 상반기 중 롯데백화점의 다른 점포와 GS25, CU 등 다른 편의점으로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라스트오더에 가입한 식당 등은 월 3만원의 이용료를 내고, 백화점과 편의점은 6~10%의 판매수수료를 지급한다. 미로는 지난해 9월 환경부로부터 음식물 쓰레기 저감에 기여한 공로로 ‘친환경 사회적 기업’ 지정을 받았다.

○유통기한보다 ‘소비기한’ 중시

온라인에서는 대형마트가 받지 않는 유통기한 임박 상품을 대신 팔아주는 사업자가 늘고 있다. 2013년 사업을 시작한 ‘떠리몰’이 대표적이다. 유통기한이 3개월 이하로 짧게 남은 먹거리를 50~90%가량 싸게 판매한다.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등도 판매한다. 신상돈 떠리몰 대표는 “불경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겹쳐 경기가 어렵다보니 소비가 둔화되고 식품 재고가 계속 쌓이고 있다”며 “식품 시장에서만 연 1조원이 넘는 유통기한 임박 상품 시장이 형성돼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과자, 사탕, 초콜릿 등 당류 제품을 주로 파는 달달몰, 흠집이 나거나 유통기한이 다 된 B급 식자재를 판매하는 이유몰 등도 비슷한 형태다.

대형 e커머스도 가세했다. 쿠팡은 유통기한이 임박한 재고 상품을 ‘킹콩프레시마트’를 통해 팔고 있다. 유통기한이 ‘오늘’로 끝나는 냉동식품, 우유 1L 등의 제품을 1000원에 살 수 있는 오프라인 식자재 마트다. 11번가, G마켓, 위메프 등은 별도의 유통기한 임박 전문몰을 두고 있다.

해외에서도 이런 서비스가 활성화되고 있다. 2016년 서비스를 시작한 덴마크의 ‘투 굿 투 고(Too Good To Go)’가 대표적이다. 유럽 12개국에서 4만여 곳의 베이커리, 슈퍼마켓, 식당 등과 제휴해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일본에는 2018년 시작한 레듀스 고(Reduce GO), 미국은 뉴욕과 보스턴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푸드 포 올(Food for All)이 있다.

유통기한과 사용기한의 차이를 아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것이 이 시장 확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통기한은 식품이 시중에 유통될 수 있는 마지막 날짜다. 마트 등에서 제품을 팔아도 되는 날짜의 기준이 된다. 반면 건강상 섭취해서는 안 되는 실제 마지노선은 ‘소비기한’이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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