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8월22일 (로이터) -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결정에 따른 충격으로부터 영국인들이 회복하고 있다는 신호가 포착돼 영란은행은 다소 안도하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중앙은행이 8월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내놓는 원인으로 작용했던 브렉시트 결정의 여파에 대한 우려는 쉽게 떨치기 어려워 보인다.
브렉시트 투표 이후의 경제 상황을 반영하는 공식 경제지표가 이번 주 발표됐지만, 아직까지는 브렉시트 결정에 따른 충격을 찾아보긴 어렵다.
7월 소매판매가 급증했던 데다,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오히려 감소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동요한 흔적이 거의 포착되지 않자 18일(현지시간) 파운드의 가치는 달러 대비 2주래 고점까지 올랐다. 이에 따라 영란은행이 8월4일 언급했던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이 현실화 될지에 대한 의구심도 커졌다.
하지만 국민투표 실시 이후 얼마되지 않아 발표된 경제지표는 EU 파트너들과의 교역 관계를 재정립하면서 영국 경제가 직면하게 될 수년간의 불확실성에 비해 단편적 증거에 불과하다.
패톰 컨설팅의 앤드류 브리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7월 소매판매는 국민투표 이후 영국 경제의 체력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이들 지표와는 대조적으로 16일 발표된 인플레이션 지표는 지난 3년간 경제 회복을 주도해 온 영국 소비자들이 직면하게 될 위기를 보여준다.
국민투표 이후 파운드의 가치가 하락한 탓에 7월 생산자물가가 빠르게 상승했으며, 이는 향후 소비자 구매력에 위협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ING의 제임스 나이틀리 이코노미스트는 "생산자물가 압력이 강화되며 향후 수개분기 소매판매 증가세를 제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7월 영국의 구매관리자지수(PMI)가 급락한 것으로 확인되며 영란은행이 공격적인 부양책에 나서는 계기로 작용했지만, 영란은행은 향후 나올 공식 경제 지표가 PMI와 맥락을 같이 할지 확인하기 위해 다음 달까지는 기다려야 한다.
이번 주 예정된 산업주문 지표, 9월 초 예정된 마르키트/CIPS의 PMI 등이 향후 영란은행의 통화정책 결정 방향에 대한 힌트를 제공해줄 것이다.
벤 브로드벤트 영란은행 부총재는 2009년 경기 침체 이래 가장 빠르게 하락한 PMI를 향후 통화정책의 방향을 결정하는데 참고할 가장 중요한 잣대로 지목했다.
마크 카니 영란은행 총재 역시 PMI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부분의 대형 소매업체들이 아직까지는 브렉시트 결정에 따른 여파가 크지 않다고 보고했지만, 상당수의 부동산 및 건축 회사들은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 닛산 자동차는 영국의 향후 무역 협상에 회사의 미래 투자 계획이 좌우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나머지 기업들은 대부분 기존의 투자 계획을 고수하고 있다.
전일 미국의 대형 온라인 소매업체인 아마존은 내년 영국에서 1500개의 신규 일자리를 조성하고 영국에 대한 투자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EU잔류 진영이 주장해온 브렉시트 결정으로 인한 재앙이 실제로 발생하지 않는다고 해도, 영란은행 정책위원들은 대규모 경기부양에 나선 것을 후회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경우라도 나중에 후회하는 것보다는 사전에 조심하는 게 나을테니 말이다.
(편집 손효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