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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는 A급... B급 광고의 세계... 어디까지 즐겨봤니

입력: 2018- 11- 06- 오전 01:46
© Reuters.

’B급 감성‘이 광고계에서 새로운 트렌드로 환영받고 있다. 당대의 최고 톱스타가 등장하고 상품의 모습을 아름답게, 브랜드의 가치를 우아하게만 보여주려는 A급 광고와는 다르다. B급 감성을 담은 광고 영상에는 비속어가 거리낌없이 등장하고 유행어가 남발된다. 톱스타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일반인의 이야기로도 눈길을 사로잡아 1분여짜리 ‘명작’으로 거듭나고 있다.

◆욕설·비속어 난무하는 광고

올해 화제가 된 대표적인 B급 광고는 지난 3월 공개된 LG생활건강의 세제 피지의 광고다. 토요일 밤을 즐기기 위해 친구와 술집으로 향하던 20대 청년(광고 제작자)는 급하게 영상을 만들어달라는 연락을 받고 분노에 휩싸인다. 1분32초 분량의 이 영상에서 1분 가량은 ‘광고 만들기 싫다’고 토로하는 내용이다. “아니 XX. 일을 무슨 불토(불타는 토요일)에 시키냐고” 절규하지만 “나는 완전 돈만 주면 되는 줄 아나본데… 맞습니다 맞고요”라 외치며 광고주의 발바닥을 핥는다. 욕설과 비속어도 등장하지만 “웃기고 솔직해서 재미 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인기를 누렸다. 유튜브에서 지금까지 144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했고 1500여개의 댓글을 얻어 ‘LG생활건강 마케팅부의 전설’이란 별명을 얻었다.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는 직장인의 비애를 표현해 공감을 얻었다. 2년차 대리 장대용은 주말에 회사 부장을 따라 등산에 끌려간다. 더운 날씨에 화가 치밀어 오르려는 찰나에 네파 제품 속의 캐릭터들이 급하게 열을 낮춘다. ‘회사를 바꿀 수 없다면 옷을 바꿔라’는 멘트를 더해 ‘고달픈 직장 생활‘을 해학적으로 표현했다.

◆2030 잡기 나선 광고업계

B급 광고는 모바일 광고의 비중이 커지면서 속속 등장하고 있다. 휴대폰등에서 유튜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주로 재생되는 모바일 광고는 매년 성장세를 거듭하는 추세다. 제일기획에 따르면 모바일 광고시장은 지난해 전년 대비 27% 성장해 2조원 규모를 넘어섰다. 모바일 콘텐츠의 주요 소비자는 20~30대다. 이들은 짧은 영상에 익숙하고, 재미가 없으면 화면을 넘겨버린다.

홍삼 브랜드 정관장도 B급 광고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올해 초엔 격투기 선수 김동현이 택배기사로 등장, 시도때도 없이 건강관리에 집착하는 소비자들에게 정관장 식품을 배달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황당무계하면서도 예상 외의 장면에서 웃음을 던지는 탓에 입소문을 탔다. 지난 6월 공개된 새 광고에서는 과거 인기 드라마 ‘허준’에서 주연을 맡았던 배우 전광렬이 어의(御醫) 복장으로 클럽에 등장한다. 춤추느라 지친 젊은이들에게 정관장 제품이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약발로 만든 것 같은데 기획자를 도핑테스트 해야할 것 같다” “어릴 적 보던 드라마가 생각나 향수가 느껴진다”는 등의 큰 호응을 얻었다. 이 영상은 지금까지 조회수 603만회를 돌파했다. 정관장 관계자는 “20~30대 젊은 소비자층들 사이에서 제품이 보다 친숙하게 느껴지도록 이같은 광고를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재미있다고 해서 무조건 소비자를 끄는 것은 아니다. 최근 B급 광고가 범람하는 트렌드에 대해 제일기획 관계자는 “화제성이라는 일시적인 효과만 노리다 브랜드가 망가지는 경우도 있다”며 “단순한 말장난으로는 소비자를 설득시킬 수 없는 만큼 몰입감을 높이면서 광고 속에 제품의 가치를 담아야한다”고 조언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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