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새해들어 증시가 유래없는 오름세를 나타나면서 투자 흐름이 세대별로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2040’ 세대는 은행 예·적금을 깨고 전세금 담보 대출까지 끌어 직접 투자에 나선 반면, 중장년 자산가들은 관망세를 이어가고 있다. 연령대에 따라 투자행태가 ‘머니 무브’와 ‘머니 파킹’(잠시 주차하듯 맡겨 놓는 것)으로 나뉜 셈이다. 금융권 일각에선 증시가 조정국면에 진입하면 자산 규모가 적은 청년층이 더 큰 타격을 받게 되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예적금 해약해 증시로 간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 국민 하나 우리 등 4대 은행의 지난 11일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해말(12월31일)에 비해 1조3279억원이 빠진 497조6498억원을 기록했다. 새로 예금에 가입한 사람보다 만기에 돈을 찾거나, 해지한 사람이 더 많았다는 의미다. 은행 관계자는 “올들어 증시가 20% 가량 뛴 현상 말고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4대 은행의 적금잔액도 11일 36조966억원을 기록해 4일(36조1640억원)에 비해 675억원 줄었다. 통상 1월 적금 가입자가 늘어나는 것과는 반대되는 모습이다. 대표적인 부동자금을 나타내는 요구불예금 잔액은 지난해 말에 비해 19조5870억원이 감소했다. A은행에선 한때 7일에서 8일 사이 5000억원이 넘는 돈이 빠져나가기도 했다.
은행에서 빠진 자금 대부분이 증시로 빨려들어갔고, 이런 현상은 ‘2040’세대가 주도하고 있다는 게 은행들의 설명이다. 서울 여의도나 강남 등 직장인 주거래 고객이 많은 지점에선 예적금 해지 건을 처리하느라 업무가 마비될 정도다. 대형은행 여의도 지점 관계자는 “점심시간을 틈타 창구에 방문해 예금을 찾고 대출도 일으켜 증권계좌로 이체하는 사례가 많다”며 “은행원조차 주식에 투자하는 데 말릴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설명했다.
예·적금만 묻어두던 직장 초년병들이 생애 처음으로 주식형 펀드에 가입하고, 기존에 보유하던 주식형 펀드에서 돈을 빼 ‘직접투자’로 전환하는 사례도 늘었다. 은행 관계자는 “주식형 펀드로 시작해보라고 권하면 ‘하루에도 5%, 10%를 벌수 있다’며 면박을 듣기 일쑤”라고 했다. ○전통 자산가들은 ‘신중모드’ 증시로 자금을 급격히 옮겨가고 있는 젊은 세대와 달리 중장년 자산가들 사이에서는 관망세를 나타내는 비중이 높다는 게 은행 프라이빗뱅커(PB)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증시가 오름세를 나타낸다고 위험자산에 올라타는 행동을 꺼린다는 의미다. 정성진 국민은행 양재PB센터 PB팀장은 “PB센터를 이용하는 고객은 주식 대신, 사업과 부동산을 통해 부을 일군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주식 급등에 부랴부랴 돈을 옮겨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주식을 보유한 자산가들의 경우 오히려 지난해 ‘위기 장세’에 주식 비중을 높였고, 현재 ‘차익실현기’라고 보고 있는 사례도 많다는 전언이다. 한 은행의 PB센터장은 “고객 중 코로나 위기직후 자산을 담보로 10억원을 대출 받아 삼성전자 (KS:005930) 한 종목에 투자해 최근 큰 수익을 올린 사람이 있다”며 “위기 상황에 우량주 한두곳에 ‘베팅’하는 사례는 있어도 2040세대처럼 이곳저곳 옮겨가며 투자하는 사례는 드물다”고 전했다. 김용호 하나은행 클럽원PB센터 센터장은 “지난해 주식으로 수익을 본 고객에게 달러를 분산 매수하라고 권하고 있다”며 “환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줄일 수 있고 환차익은 세금이 면제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서라도 전통 자산가들의 움직임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PB들은 입을 모은다. 김희정 농협은행 NH올백자문센터장은 “자산가들이 개별 종목 보다 전망이 좋은 기술주 펀드나 관련 ETF(상장지수펀드)를 찾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하기는 하지만 맹신하기 보다는 조정장에 분할매도를 하는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승안 우리은행 TCE강남센터 센터장은 “자산가들은 투자를 할때 즉시에 유동화를 할 수 있는지 여부, 리스크, 수익률 순서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데 개미들은 지금 정확히 반대 순서로 투자를 하고 있다”며 “대출까지 일으켜 투자했다 장세가 조정기에 들어서면 낭패를 볼 수있다”고 강조했다.
오현아/정소람/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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