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으로 흔들렸던 글로벌 증시가 조금씩 반등을 모색하는 가운데 주가연계증권(ELS)이나 ELS 관련 펀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ELS 기초지수로 자주 쓰이는 홍콩H지수가 지난달 30일 10,000선 아래로 밀리면서 ELS가 목표 수익을 달성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에서다. 여러 ELS를 담고 있는 ELS 펀드도 기대 수익률이 높아지면서 상품을 추천하는 전문가들이 늘고 있다.
“홍콩H지수 바닥 수준”
ELS는 일반적으로 계약 후 3년이 지난 만기 시점까지 기초자산 가격이 손실 구간(녹인 구간·판매 시점 대비 40~60% 이하) 밑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원리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지수가 투자 시점보다 떨어질 가능성이 낮을수록 수익을 얻을 가능성이 커진다.
금융전문가들이 지수가 크게 떨어졌을 때 ELS 투자를 추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글로벌 지수 조정으로 ELS를 조기 상환받을 수 있는 지수 수준과 손실 진입 기준치가 함께 낮아지면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이 줄어들었다는 평가다. 신규 투자자라면 지금을 ELS 진입 기회로 삼을 만하다. 기존 ELS 투자자들도 ELS 녹인을 걱정할 수준까지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ELS의 기초지수로 자주 활용되는 홍콩H지수는 올 하반기 들어 5% 가까이 떨어졌다. 지난달 30일에는 작년 5월 이후 처음으로 10,000선을 내줬다. 이중호 KB증권 연구원은 “현재 지수 수준에서 새로 가입하는 투자자의 원금 손실 구간은 홍콩H지수가 5000선에 근접하는 경우”라며 “지금이라면 투자를 고려해볼 만한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홍콩H지수가 5000선 아래로 내려간 적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8년 10월27일(4990.08) 이후 한 번도 없다.
홍콩에 주재하고 있는 이문 안다자산운용 매니저는 “홍콩H지수는 거의 바닥 근처까지 내려온 것으로 판단된다”며 “최근 중국의 증시 부양 정책이나 미국과 중국의 타협 움직임을 볼 때 시장도 점점 안정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존 ELS 조기 상환이 줄면서 신규 상품 판매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ELS는 올 상반기에는 월평균 6조7177억원어치가 시장에 나왔지만 하반기엔 약 4조원이 신규 발행되는 데 그쳤다. 한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는 “ELS는 기존 투자자들이 상환받은 자금을 재투자하는 경우가 많다”며 “조기 상환이 줄면 ELS 발행액도 함께 감소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전했다.
ELS 펀드 관심도 높아져
여러 ELS를 담는 ELS 펀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ELS 펀드는 기초자산으로 활용되는 지수 수준과 개별 ELS에서 나오는 이자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된다. 한 번 가입하면 만기 상환 때까지 투자 조건이 달라지지 않는 ELS와 달리 ELS 펀드는 시장 상황에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만기가 제각각인 다수의 ELS를 한꺼번에 담고 이들의 평가 가격을 펀드 기준가에 반영하기 때문에 분산 투자 효과도 얻을 수 있다. 기초자산으로 쓰이는 지수가 1년 뒤에도 비슷하게 유지된다면 ELS 펀드에서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은 일반적으로 연 6% 안팎이다.
최근 홍콩H지수 급락으로 펀드 기준가가 떨어지면서 ELS 펀드에 가입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목표 수익률은 더 높아졌다. ELS 펀드 운용을 담당하는 이정준 삼성자산운용 매니저는 “펀드에 담은 ELS는 홍콩증시 급락 전에 편입한 것이기 때문에 개별 ELS의 투자 조건은 동일하다”며 “하지만 홍콩H지수가 급락해 ELS 펀드 기준가가 떨어지면서 같은 조건에서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시점이 됐다”고 설명했다.
국내에 출시된 ELS 펀드는 두 가지다. 삼성자산운용이 내놓은 ‘삼성 ELS인덱스’와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투자 ELS지수연계솔루션’이다. 삼성운용 상품은 홍콩H지수와 유로스톡스50을 기초로 하는 ELS를 담는다. 한투운용 상품은 홍콩H지수, 유로스톡스50, 코스피200 중 2개 지수를 각각 기초자산으로 삼는 ELS를 활용한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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