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란, 2월27일 (로이터) - 지속되는 정치 리스크와 경기 성장 둔화로 인해서 유럽 증시는 지난 몇 년 동안 투자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
하지만 유럽 기업들의 실적이 2010년 이후 가장 좋을 것이라는 기대감과 유럽 증시가 무시하기 힘들 만큼 저평가되어 있다는 분석에 고무된 일부 펀드매니저들이 유럽 증시에서 저가 매수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기 시작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자동차와 건설 및 독일 우량주들에서 그러한 기회를 노리고 있는 것.
올해 프랑스 등 유럽에서 치러지는 일련의 선거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증시 투자를 가로막는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작년 브렉시트 투표,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선 승리, 이탈리아 헌법 개혁을 둘러싼 국민투표 결과에 유럽 증시가 어떻게 반응했는지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는 투자자들은 지금 저가 매수 기회가 무르익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방금 언급한 각 이벤트가 시장에 충격을 준 건 맞지만, 충격의 지속 시간이 점점 더 짧아졌고, 충격 이후 신고점으로 복귀하는 시간은 상당히 빨랐다.
유로존의 경기 회복세가 지속되고 기업 순익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펀드운용사인 컬럼비아 트레드니들 인베스트먼트펀드의 유럽 증시 본부장인 필립 디켄은 "우리는 시장 변동성을 이용해서 할인된 가격에 우량주를 살 수 있는 기회를 노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톰슨로이터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유럽 증시 스톡스600 .STOXX 에 편입되어 있는 기업들의 순익 성장률 전망치는 미국 증시 벤치마크 지수인 S&P500에 편입되어 있는 기업들의 순익 성장률 전망치인 10%보다 높은 14%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유럽 증시는 미국 증시만큼 오르지 못했고, 그 결과로 주가수익비율(PER) 기준으로 봤을 때 미국 증시에 비해서 20%는 더 저렴한 상태이다.
이에 대해서 UBS는 양 대륙 간 증시의 밸류에이션 차이가 "세계에서 가장 크다"고 평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프랑스와 독일 선거를 앞두고 변동성이 커질 때가 좋은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지난주 모건스탠리는 투자자들에게 유럽 주식과 프랑스 은행주 매수를 권하면서 대선에서 프랑스 대선에서 극우파가 승리할지 모른다는 우려는 지나친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독일 우량주들에 대한 전망도 밝다는 평가다. 독일 증시의 닥스 .GDAX 지수의 포워드(forward) PER은 13.3배로 장기 평균인 14.6배에 비해서 낮은 수준이다.
JP모간은 특히 자동차와 금융, 에너지 부문에 대해 '비중확대' 투자의견을 내는 한편, 자동차 회사인 다임러와 보험사인 알리안츠 같은 독일 우량주들에 대한 매수를 권했다.
UBS의 애널리스트들은 프랑스 대형 건설회사인 빈치와 자동차 회사인 르노, 이탈리아 정유회사인 Eni가 최근의 랠리에서 뒤쳐진 저평가된 주식으로 진단했다.
유럽 증시의 반등을 예상하게 만드는 또 다른 긍정적인 신호는 미국 펀드와 대형 투자은행들이 유럽 증시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브렉시트와 이탈리아의 정치적 우려로 인해 작년 유럽 증시 투자를 기피했었다.
하지만 2월 초 블랙록은 리스크가 과장됐다면서 유럽 증시에 대한 투자 전망을 작년 5월 이후 처음으로 최고 가능 등급으로 상향 조정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올해 유럽의 선거와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로 인한 무역전쟁 등을 둘러싼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를 둘러싼 정치적인 혼란이 약화될 경우 증시가 살아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유로존 채무 위기가 끝나고 2012년과 2014년 사이에 미국 투자자들이 유럽 증시에 대한 대규모 저가 매수에 나섰다. 그리고 그들이 이번에 또 다시 유럽 증시에 대거 투자를 늘릴 경우 유럽 증시의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조사에 따르면 아직까지 엄청난 수준은 아니지만 글로벌 펀드 매니저들은 1월 다른 어떤 투자 영역보다도 유로존에 대한 투자를 확대했다.
블랙록의 상무이사인 엠마누엘 벨링제리는 "아직 상승 트렌드의 초창기에 머물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큰 흐름이 나타나진 않고 있더라도 유럽 증시의 회생 여건은 무르익었다"라고 진단했다.
* 원문기사 (이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