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1월18일 (로이터/브레이킹뷰스) -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영국이 직면할 대전환에 대해 사업가 전략을 펼쳤다.
똑똑한 신임 최고경영자(CEO)들은 종종 '빅 배스(big bath)' 전략을 쓴다. '빅 배스'란 경영진 교체시기에 앞서 한 회계연도에 부실자산을 전부 반영함으로써 잠재부실이나 이익규모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회계기법이다.
신임 CEO들은 이를 통해 과거의 과오를 모두 털어버릴 수 있는 데다 상대적으로 미래 수익이 개선된 것처럼 보이게 할 수도 있고 결단력 있는 리더라는 평가도 받을 수 있다. 메이 총리도 17일(현지시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연설에서 비슷한 효과를 노렸다.
영국은 브렉시트 협상 시 현재 상황을 시작으로 어느 쪽이 무엇을 희생할 것인가를 조금씩 타협해가는 방법을 취할 수도 있다. 하지만 메이 총리는 정반대의 방법을 취했다. 즉, EU와 모든 관계를 깨끗이 단절하고 전혀 새로운 관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이는 지극히 현실적인 생각이다. 영국은 EU를 떠나야만 유럽재판소의 불간섭, 비유럽 국가들과의 독립적 무역협정, EU 이민 제한 등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 메이 총리는 결단력이 없으며 메이 정부가 구체적인 브렉시트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비난이 무성했던 만큼, 이번 연설은 또한 메이 총리가 결단력 있는 지도자라는 신뢰를 회복시켜줄 수 있다.
이제 영국 국민들 뿐 아니라 EU 협상 담당자들은 영국이 EU에 '어중간하게 걸쳐놓는(half in, half out)' 협상에 만족하지는 않을 것임을 알게 됐다.
또한 최악의 상황을 제시해 기대치를 낮춰 놓은 만큼, 메이 총리가 원하는 대로 EU가 포괄적인 자유무역협정에 동의한다면 영국 경제는 반사 효과를 얻어 더욱 강력한 상방 탄력을 얻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빅 배스' 전략에는 익사 위험이 따른다. EU가 영국과의 모든 무역협정을 거부하면 2030년 영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장기 평균치를 대폭 하회하는 수준까지 악화될 것이다.
현재 영국이 누리고 있는 EU 단일시장 접근 권한을 유지하고 싶다는 메이 총리의 발언에 영국의 자동차 수출업체들과 금융산업은 기대를 품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메이 총리가 '하드 브렉시트'를 시사한 만큼 이는 더욱 현실화되기 어려워졌다.
메이 총리의 연설 직후인 지금 투자자들의 평가는 양극으로 갈려 있다. 우선 파운드는 미달러 대비 2.5% 상승하는 반응을 보였지만, 통화옵션은 여전히 파운드 매도 전망을 가리키고 있다.
메이 총리는 이번 연설에서 최소한 투자자들이 투자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기본 시나리오를 제공했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 지는 메이 총리도 알 수 없기 때문에, 메이 총리로서는 이것만으로도 최선을 다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조지 헤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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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손효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