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상하이, 8월27일 (로이터) -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외환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위안화 고시환율 산정 방식을 변경하겠다고 24일(현지시간) 밝혔다. 달러가 전반적인 강세를 나타내고, 미국과 중국의 무역마찰이 지속되는 가운데 나온 조치다.
인민은행의 발표 이후 역외 시장에서 달러/위안 환율이 급락(위안화 가치 급등)했다.
그러나 위안화는 여전히 올 초에 비해 5% 가량 평가절하된 상태다. 중국의 부채수준에 따른 우려, 미국과의 무역갈등 고조에 따른 경제성장률 및 수출 전망 하향 등의 요인이 반영된 탓이다.
이날 인민은행은 위안화 약세를 부추겼던 "추세 순응적 시장심리"를 감안해 위안화 고시환율 산정식에 "추세 대응적 조정변수"를 다시 도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근 나타난 달러지수 강세와 무역마찰의 영향으로 외환시장 일각에서는 추세 순응적 거래가 발생해왔다"는게 인민은행의 설명이다.
인민은행은 "추세 대응적 조정변수"를 재도입할 경우 위안화는 합리적이고 균형잡힌 수준에서 기본적으로 안정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인민은행의 목표가 외환시장 내 군집심리 확산 방지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내 군집심리는 중국 자본유출 가속화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몇몇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발표를 두고 인민은행이 무역갈등 속에서 예방 조치를 취한 것일 수도 있다고 추측했다.
미즈호증권의 켄 청 수석 아시아 외환 전략가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에서는 별다른 돌파구가 나오지 않았으며, 양국의 협상은 전쟁의 연장선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라며 "중앙은행은 환율을 안정화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조치를 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위안화 가치가 회복될지 여부는 무역전쟁이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달렸다"고 덧붙였다.
전일 미국과 중국은 이틀간 이어진 협상을 종료했다. 의미있는 돌파구가 나오지는 않았다. 양국이 서로의 제품 160억달러 규모에 관세를 부과해 무역갈등이 고조된 영향이다.
시장도 협상 결렬을 예상한 만큼, 이제는 중국산 제품 2000억달러 규모에 대한 미국의 관세에 초점이 맞춰졌다. 해당 관세조치는 9월 말 발효될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의 추가 관세가 실제로 시행될 때 중국은 동일한 달러규모 만큼의 미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할 여지가 줄어들게 된다. 중국은 더 적은 양의 미국산 제품을 수입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중국이 다른 방식의 보복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위안화 약세를 용인하는 것에서부터 중국 내 미국 기업에 대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지난 수주 동안 인민은행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다수의 추세 대응적 조치를 취해왔다.
이달 초 인민은행은 외환 포워드(선물환)를 다루는 은행들에 부과하는 준비금 적립 비율을 0%에서 20%로 인상했다. 이 조치는 실질적으로 투자자들의 위안화 약세 베팅 비용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 2명에 따르면, 지난 16일 규제당국은 은행이 자유무역시험구 제도를 통해 일부 은행간 계좌를 이용한 위안화 해외 예치나 대출을 금지하기도 했다. 이 조치로 역외시장에서 위안화 유동성은 줄어들었고, 위안화 매도(short) 포지션 조성 비용도 더 커졌다.
외국은행의 한 트레이더는 "위안화 가치는 조만간 상향 수정돼 달러/위안 환율이 약 6.8위안을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 인민은행은 "추세 대응적 조정변수"의 영향력을 줄여 환율 통제를 완화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수개월 동안에는 중국이 위안화 가치 하락에 불안감을 느끼게 됐다고 애널리스트들은 말했다.
고시환율 설정에 있어서 "추세 대응적 조정변수"를 도입한 것은 지난해이다. 당시 규제당국은 시장 내 "군집심리" 발생가능성을 줄이고, 시장이 거시경제적 펀더멘털에 더욱 초점을 맞추도록 해 수요공급을 더 잘 반영하려는 조치라고 말했다.
(편집 박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