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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값 올랐다는 소리 들을 때마다 속상해요. 버티려 해봤지만 생두 수입가격이 올라서 어쩔 수가 없네요."서울 강동구에서 작은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 씨(33·여)는 최근 커피 값을 메뉴별로 300~500원씩 인상했다. 저렴한 가격을 강점으로 내세운 카페지만 최근 납품받는 커피 원두 가격이 크게 올라 견딜 재간이 없었다.
원래 3000원이던 아메리카노 가격은 3300원으로, 3700원이던 카페라떼는 4200원으로 인상했다. 가격 인상에 손님들 발길은 줄었다. 어느정도 예상된 결과였다. 김 씨는 "최대한 가격을 유지하려 애써봤지만 납품 받는 커피 (원두) 가격이 1㎏당 2000원 이상씩 오르면서 버티기가 어려웠다. 손님들이 가격이 올랐다고 볼멘소리 할 때마다 속상하다"고 말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커피 원두값 상승으로 커피 가격도 따라 오르고 있다. 국내 주요 원두 공급업체들은 최근 원두 가격을 ㎏당 1000~3000원가량 올렸다. 커피 원두는 1㎏당 1만원대부터 6만~7만원대까지 다양하다. 커피점들이 주로 쓰는 원두는 kg당 2만~3만원대다. 2만원대 원두를 주로 사용해온 김 씨 입장에선 원재료 값이 10%가량 인상된 것이다.
생두 가격이 가파르게 뛰면서 원두 값도 폭등 중이다. 원두는 생두를 말려서 볶은 것으로 가격도 생두 값에 비례해 책정된다.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아라비카 원두 선물가격은 지난 12일(현지시간) 파운드(약 454g)당 2.2달러(약 2595원)에 거래됐다. 작년 11월 초 1.03달러에 거래된 것을 감안하면 1년 새 두 배 수준으로 뛰었다.
원두값 상승의 가장 큰 요인은 최대 생산지인 브라질의 이상기후다. 세계 커피 원두의 3분의 1 이상을 생산하는 브라질에 지난해부터 가뭄과 한파가 연달아 닥치면서 생산이 잘 이뤄지고 있지 않다. 브라질 커피산업협회가 지난 8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커피 생산량은 60㎏들이 4880만 포대를 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보다 22.6%나 줄어든 수치다.
또 다른 주요 커피 원두 생산지인 베트남에서도 이상기후로 커피 생산량이 감소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락다운(봉쇄)에 들어가면서 물류 이동이 어려워진 점 역시 원두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게티이미지뱅크
동네 카페들부터 타격을 받고 있다. 스타벅스, 커피빈 등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는 타격이 덜한 편. 이들 프랜차이즈는 주로 농장에서 직영으로 1년여분 원두를 선구매하는 시스템이라 원재료 가격 변동에 덜 민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카페의 경우 중간 공급업체와 계약을 맺고 ㎏ 단위로 원두를 받는 경우가 많아 가격 상승에 직접 영향을 받는다. 게다가 카페라떼의 주 원료인 우윳값도 오르고,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상승까지 겹쳐 운영 비용이 크게 뛴 상황이다.
서울 송파구의 아파트 단지 상가에서 6.6㎡(2평)짜리 카페를 운영하는 황모 사장(39)은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들은 미리 확보한 원두 재고가 많고 원두농장과 직거래하는 시스템이라 가격 상승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같은 소규모 개인 매장들은 가격 인상 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다"며 "안 그래도 홈카페족이 늘면서 고객 확보가 어려운데 가격경쟁을 하려면 인건비라도 줄여야할 판"이라고 푸념했다.
실제로 그는 이달 들어 저녁 시간대에 일하던 아르바이트생을 해고하고 당분간 직접 매장을 운영하며 비용 절감을 해볼 요량이라고 했다.
더 큰 문제는 커피값이 앞으로도 더 오를 수 있다는 점. 업계는 원두산지 사정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향후 2~3년 동안 원두 값이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커피나무는 다시 심어 생두를 수확하기까지 보통 3년이 걸린다.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들도 그간 확보해 뒀던 원두 재고가 사라지면 커피값을 인상할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미국의 JM스먹커, 독일의 치보, 일본의 UCC커피 등은 커피 소매가를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한 커피업체 관계자는 "당분간 글로벌 생두 생산이 원활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프랜차이즈 카페의 커피 가격 인상도 불가피해질 것"이라며 "이런 추세라면 아메리카노 가격 1만원대가 그렇게 먼 미래의 일이 아닐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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