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규제의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한국 과학기술계의 긴급 토론회가 7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렸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정책만큼은 중국 정부의 사례를 참조해야 합니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은 7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규제에 대한 과학기술계 대응 방안’ 긴급 토론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를 계기로 반도체산업뿐만 아니라 반도체산업 생태계를 함께 육성해야 한다는 의미다.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중국은 반도체산업에 2025년까지 1조위안(약 17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해 현재 15%에 불과한 소재·부품·장비 자급률을 2025년까지 70%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박 교수는 “중국과 달리 한국 정부는 반도체산업이 대기업 영역이라는 이유로 관련 투자를 지속적으로 줄여왔다”고 말했다. 산업부 소관 반도체 분야 연구개발(R&D) 사업 지원 예산은 2009년 1000억원대에서 2017년 300억원대로 급감했다.
중국 정부는 각종 세제 혜택은 물론 반도체 기업이 소재·부품·장비 조달처를 다변화할 때 자국산 제품을 우선적으로 구매하도록 하고 있다. 박 교수는 “중국 사례를 참고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위배되지 않는 선에서 (경쟁력이) 글로벌 수준으로 올라온 품목은 대기업이 해당 품목을 일정량 이상 구입하겠다고 약속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한국의 소재, 장비 국산화율은 각각 50%, 20% 수준이다.
그러면서도 정치권에서 얘기하는 무분별한 국산화에 대해선 경계했다. 박 교수는 “반도체 디스플레이산업은 작은 품질 변화에도 큰 피해가 발생하는 특성이 있어 1등 제품이 아니면 쓸 수 없다”고 강조했다. 메모리 반도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 등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국내 기업이 품질이 떨어지는데도 ‘국산’이라는 이유로 사용할 순 없다는 의미다. 박 교수는 “결국 협력업체를 1등으로 육성하는 게 핵심”이라며 “소재·부품·장비 조달에 대한 ‘국가별 다변화’를 먼저 추진하되 한국 업체를 국가 다변화 업체 중 하나로 선정해 선정 업체가 글로벌 최고 수준이 되도록 정부와 대기업이 장기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의 수출규제가 일본 소재 및 정보기술(IT)업계에 부메랑이 될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한국 반도체업계는 1993년 스미토모화학에서 반도체 에폭시 수지 제조공장 폭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소재 수입처를 중국 대만 등으로 다변화했다. 스미토모화학은 이후 공장이 정상 가동됐지만 수익성이 악화돼 대만 기업에 해당 사업부를 매각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한·일 민간교류 막으면 되겠나"…관광업계, 與에 쓴소리
전방위 경영간섭 '족쇄'…"反기업·포퓰리즘 정책에 힘 빠진다"
이재용, 9일은 평택공장으로…'반도체 현장경영'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