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 논란과 관련해 최근 김정호 베어베터 대표(왼쪽)와 이재웅 쏘카 대표가 SNS에서 논쟁을 벌였다. / 사진=연합뉴스 및 한경 DB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과 이재웅 쏘카 대표의 설전으로 불붙은 ‘타다’ 논란이 벤처기업가 내부 논쟁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단순 설전을 넘어 플랫폼 혁신의 속살과 지향점에 관해 던지는 질문이란 점에서 이목이 쏠린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김정호 베어베터 대표는 타다 논란과 관련해 최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글을 올려 “서민은 돈 내고 면허권 사고 차량도 구입해야 하는데 대기업이나 외국계는 그냥 앱(응용프로그램)이나 하나 만들어서 영업하면 되나”라고 주장했다. “최소한 같은 기준으로 경쟁해야 한다. 4차 산업이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날로 먹으려 들면 안 된다”고도 했다.
네이버 공동창업자 출신인 김 대표가 다음 창업자인 이재웅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는 형국이 됐다. 이재웅 대표가 수장으로 있는 쏘카는 타다를 운영한다.
앞서 김 대표와 한글과컴퓨터 창업자인 이찬진 포티스 대표는 타다가 택시업계와 마찰을 빚는 것과 관련해 ‘택시 면허 매입’을 대안으로 제시했었다. 하지만 이재웅 대표는 모빌리티 업체가 개인택시 면허를 사들이는 방식은 해법이 될 수 없다는 견해를 냈다.
최 위원장과의 설전이 혁신으로 인해 피해를 입는 계층에 대한 대책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들 벤처기업가 간의 논쟁은 ‘지속가능한 혁신’인지 짚는 본질적 이슈라는 평가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적자를 감수하면서 투자 유치를 받아 플랫폼을 선점하는 공유경제 방식이 제대로 된 비즈니스 모델인지 묻기 시작한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가 직접 사례로 언급한 우버가 대표적이다.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영국 가디언 등 유력 언론은 우버에 대한 회의론을 제기했다. 각각 인터뷰와 칼럼을 통해 우버의 비즈니스 모델이 수익을 낼 수 있을지 의구심을 표하는가 하면 우버의 공유경제 모델은 ‘사기(스캠)’라고 저격하기까지 했다.
우버의 최대 주주는 소프트뱅크다. 우버의 성공은 자생력을 갖춘 비즈니스 모델이 아닌 외부 자본 유치에 힘입은 것이란 비판이 나왔다. ‘사회적 대타협’을 이끌어낸 카카오모빌리티 또한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내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모빌리티만 택시업계와 합의하면서 문 닫고 들어갔고, 나머지 모빌리티 스타트업들에 대해선 ‘사다리 걷어차기’ 했다는 평가가 분명 존재한다”고 귀띔했다.
플랫폼 혁신의 표면이 아닌 뒷단을 뜯어봐야 한다는 얘기다. 업종은 다르지만 초기 적자를 감수하면서 플랫폼 장악에 나선 쿠팡이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인지 묻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이제 플랫폼과 공유경제 모델을 앞세운 혁신의 ‘지속가능성’을 진지하게 검토할 때가 됐다는 목소리가 다름 아닌 벤처기업가들 내부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이것은 “기존 택시 서비스의 질이 좋았느냐”, “타다·카카오·우버가 아닌 택시로 회귀할 것이냐”와는 또 다른 질문이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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