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원 신임 기업은행장의 첫 출근길이 노조 저지로 무산됐다. 기업은행 노조가 총파업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당분간 충돌이 예상된다.
윤 신임 행장은 이날 오전 8시28분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에 도착해 건물로 들어서려다 대기중이던 노조원들과 대치했다. 노조는 앞서 오전 7시30분부터 정문을 봉쇄하고 후문을 점거했다. 김형선 노조위원장은 윤 행장에게 "낙하산을 비판하던 정권의 말도 안되는 인사"라며 "정권과 대통령에게 더는 부담 주지 말고 자진 사퇴하라"고 말했다. 함께 있던 노조원들도 "함량 미달 낙하산을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행장은 "어떤 부분을 우려하시는지 안다"며 대화를 시도했으나 노조는 응하지 않았다. 그는 결국 출근한 지 10분 만에 돌아섰다. 대기 중이던 일부 부행장들과 간단한 인사만 나눴다.
윤 행장은 사퇴하지 않고 노조와 대화를 계속 시도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날 외부에서 보고를 받고 은행 임원들과 면담을 하는 등 행장 업무를 수행했다. 같은날 오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0년 범금융 신년 인사회에도 참여했다. 윤 행장은 이 자리에서 기자와 만나 "노조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한다"며 "합리적으로 갈등을 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식 취임식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반면 노조는 오는 4월 총선까지 출근 저지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김형선 위원장은 "박홍배 신임 금융노조 위원장과 연대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며 "임명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금융노조 차원에서 현 정권 지지를 철회하고 기업은행은 총파업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신임 행장은 지난 2일 저녁 신임 기업은행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과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특명전권대사,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등을 거친 정통 경제 관료다. 기업은행 노조는 외부 관료 출신이 행장으로 오는 것에 대해 '낙하산 인사'라고 강하게 반발해 왔다. 기업은행은 2010년 이후 세 차례 연속 내부 출신이 행장을 맡아 왔다.
정소람/박재원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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