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인터넷방송 진행자(BJ)가 암호화폐에 투자해 돈 버는 모습을 생중계하다가 거래정지 처분을 받은 일이 화제가 되면서 '코인 방송'과 관련한 암호화폐거래소의 대응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BJ 철구는 지난달 업비트에서 여러 종류의 암호화폐를 '단타'로 사고팔아 수익을 올리는 장면을 생방송으로 잇따라 내보냈다. 지인에게 빌린 5000만원을 투자해 8분 만에 400만원을 버는가하면 투자금을 억대로 불리기도 했다. 방송마다 10만명 안팎의 시청자가 몰렸다.
BJ 철구는 지난달 26일 방송에서 다시 암호화폐를 거래하던 도중 업비트로부터 주문정지 처분을 받았다. 당황한 그가 업비트 고객센터에 문의하는 장면도 그대로 방송을 탔다.
BJ 철구는 "절대 BJ를 따라하지 마세요"라는 문구를 화면 상단에 계속 띄워놓긴 했다. 하지만 업비트는 그의 해명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가 투자한 암호화폐 중에는 가스, 아크, 톤, 에이다, 밀크, 비트토렌트, 펀디엑스 등의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나머지 암호화폐)이 많았다. BJ 철구는 "이름이 예쁜 걸 사면 된다"며 특별한 원칙 없이 암호화폐 종류를 고르기도 했다. 알트코인은 시가총액(코인 수×가격)이 작아 시세 변동성이 비트코인보다 훨씬 크다. 실제로 이들 암호화폐 가격은 일시적으로 급등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라운지 시세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연합뉴스
업비트 측은 "규정에 따라 처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업비트 이용약관은 회원이 '디지털 자산의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주는 등의 방법으로 건전한 거래질서를 교란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를 위반했을 때 서비스 이용을 제한하고, 반복될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다른 암호화폐거래소인 빗썸 역시 비정상적인 거래로 판단되면 계정을 정지할 수 있다고 이용약관에 명시하고 있다.
암호화폐거래소들은 일부 BJ와 유튜버를 중심으로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동영상 콘텐츠에 대해 모니터링을 강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이 암호화폐 관련 사업자를 관리·감독할 수 있는 근거를 담은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이 이달 25일 시행을 앞둔 상황에서 논란의 여지가 될 수 있는 거래는 적극적으로 걸러내야 한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업비트 관계자는 "정확한 통계를 밝힐 수는 없지만 '거래질서 교란'을 이유로 계정이 정지당한 사례는 더 있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시청자가 많이 몰리는 코인 방송은 자체적으로 모니터링하기도 한다"며 "생방송을 본 이용자들이 고객센터에 실시간으로 제보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블록체인업계 관계자는 "어느 행위까지 시세 교란으로 판단할지는 애매한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묻지마 투자를 자극하는 1인 방송을 방치하면 거래소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업비트 측은 "암호화폐와 관련한 다양한 정보를 합리적으로 판단해 본인의 결정에 따라 투자할 것을 권장한다"고 강조했다.
'코인 열풍'이 다시 불면서 조회수를 올리기 위해 암호화폐 관련 방송에 나서는 BJ와 유튜버는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1인 방송만 믿고 따라서 투자하면 손실을 볼 위험이 높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경고하고 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BJ들의 투자 방송을 막아달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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