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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금리인상 깜빡이 끈 한은 총재의 본심 '7월까지 기다려'

입력: 2019- 04- 18- 오후 02:38
© Reuters.  (칼럼)-금리인상 깜빡이 끈 한은 총재의 본심 '7월까지 기다려'

(이 칼럼은 저자의 개인 견해로 로이터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서울, 4월18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4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가 끝난 후에도 시장참가자들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통화정책 방향 의결문에서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의미하는 문구가 사라지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도 하향 조정됐지만,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입장은 크게 달라진 게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이날 금통위 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총재의 입장은 한결같았다. 금리 인상 기조를 의미하는 문구의 삭제가 현시점에서 금리 인하 검토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이번 통방 의결문의 문구 수정이 이 총재의 의사와 무관하게 진행된 것 아니냐는 의문을 품게 한다. 시장에선 벌써부터 조동철, 신인석 등 '물가파'로 분류되는 금통위원들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이 총재가 이번 결정에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금통위원들 사이에 이번 문구 수정에 대해 일정 부분 공감대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들리고 있다.

▲금리 인상 깜빡이 끈 이유, 연준과 추경

금통위가 이번에 금리 인상 깜빡이를 끈 이유는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하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스탠스 변화다. 연준은 연내 기준금리 동결 의사를 이미 밝혔다. 그 결과 한-미 금리 차 확대에 대한 금통위원들의 부담이 상당 부분 줄어들었다. 금통위원들이 공개적으로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한-미 금리 차가 100bp로 벌어지는 데 대한 경계심리가 일정 부분 작용했던 게 사실이다.

미국이 금리 인상을 일단 멈추기로 한 이상 국내 통화당국이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할 큰 명분이 사라진 셈이다. 이같은 변화가 중립 성향의 금통위원들을 움직이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은 집행부 입장에선 기준금리 인상 기조 지속을 의미하는 기존의 의결문 문구를 유지할 경우 정부의 정책 스탠스와 엇박자가 날 수 있다는 부분에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국가재정법상 추가경정예산은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 경기침체와 대량실업 같은 중대 여건 변화, 법에 따른 국가 지출 증가로 한정돼 있다. 정부와 여당이 6~7조원 규모의 추경에 대해 국회 동의를 얻으려면 현재 국내 경기가 심각한 침체로 접어들었다는 걸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때문에 국내 생산, 투자, 소비 같은 주요 지표가 올해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해 오던 기획재정부도 지난달 배포한 '최근 경제동향' 자료에서는 꼬리를 내렸다.

만약 한은이 기존의 성장률 전망치와 금리 인상 기조를 담은 통방문 문구를 유지했다면 추경 없이도 기존의 성장률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다는 '낙관론'을 담게 됐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국내 경기가 심각한 부진에 접어들 수 있는 만큼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정부의 추경 논리가 무색해지고 추경에 반대하는 야당에 빌미를 제공하게 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 한은 집행부가 선택한 것은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과 통방 문구 수정이다.

▲호주 중앙은행 행보 쫓아가는 한은

금통위가 통방문의 문구를 수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채권시장은 초강세를 보였다. 일부에선 '술 먹었다고 음주운전이냐'며 시장의 과잉반응을 우려한다.

하지만 이번 금통위의 결정과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을 과소평가해서도 안 된다. 이날 금통위 결정은 호주 중앙은행의 4월 의사록 내용과 궤를 같이한다. 호주는 지난 2016년부터 1.5%의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와 마찬가지로 금융불균형에 초점을 맞춰 왔던 호주 중앙은행은 지난해부터 냉각기로 접어든 부동산 시장의 부진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문제는 경제 전반의 엇갈린 신호들이다. 부동산 시장 부진으로 소비가 감소하며 성장 전망에 먹구름이 끼긴 했지만 고용과 투자가 여전히 견조하고 실업률은 8년 만의 최저 수준까지 떨어져 있다.

호주 중앙은행은 금리 인하 가능성도 열어 놓고 논의한다는 방침이지만 엇갈린 신호 때문에 명확한 방향을 설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감추지 않았다.

이날 이 총재의 발언도 현재 국내 경기 전망에 끼어 있는 상반된 신호를 인정하고 향후 전망의 불확실성을 솔직히 고백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일단 기준금리 인상 신호를 끄고 앞으로는 불확실성 요인들의 진행 상황에 따라 '통화정책의 방향성'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당장 기준금리 인하를 검토하지는 않겠지만 향후 상황 변화에 따라 검토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열어 놓은 셈이다.

호주 중앙은행의 그동안 행보를 복기해 보면 상당한 유사점을 찾을 수 있다.

▲성장률 전망 하향 조정 의미 가볍지 않아..7월 추가 조정시 인하 기대 커질 것

시장참가자들이 또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점은 성장률 전망치다. 한은은 1월 전망 당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7%에서 2.6%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이번에는 1월 전망치보다 0.1%p 다시 낮췄다.

현재 금융불균형 우려가 상당 부분 줄어든 만큼 향후 금리정책의 관건은 결국 GDP 갭과 인플레이션 갭이다. 매파, 비둘기파 가리지 않고 금통위원들의 기본 관심사는 물가와 경기기 때문이다.

한은은 지난 2016년 7월 새로 추정한 잠재성장률을 2.8~2.9%로 제시한 바 있다. 다만 한은이 제시한 잠재성장률 2.8~2.9%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성장률의 평균이다. 2016년에 성장률이 2.9%, 2017에 3.1%였기 때문에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조금 낮아져도 당초 전망했던 잠재성장률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성장률이 조금씩 낮아질수록 GDP 갭 마이너스 폭은 커질 수밖에 없다. 한은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월에 2.6%로 낮췄을 때와 이달 2.5%로 낮췄을 때의 분위기는 분명히 다르다. 만약 7월에 성장률 전망치가 한 번 더 낮아지면 금리 인하 논의가 불가피하다고 보는 이유다. 한은 역시 이 점을 의식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이 총재도 채권시장도 향후 국내 경기의 향방을 자신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 총재는 하반기에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지만 자신감은 이전보다 떨어졌다. 글로벌 경기 부진을 근거로 그동안 금리 인하를 선반영해왔던 채권시장 역시 최근 중국 등 주요국의 경기지표 반등에 한발 뒤로 물러나 있다.

결국 국내 금리 인하 여부가 좀 더 분명하게 드러날 시점은 우리 경제의 상반기 성적표가 나오는 7월이 될 수밖에 없다. 한은과 시장은 그때까지 줄다리기를 계속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편집 유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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