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의 완화로 지난 9월 이후 주춤했던 금·채권 등 안전자산 가격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홍콩 인권법 등으로 미·중 갈등이 불거지고 있는 데다 저성장·저물가 기조가 심화되면서 내년 상반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연 1.25%)를 추가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연말부터 내년 초까지 ‘안전자산 랠리’가 재개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금 현물(99.99K)은 280원(0.50%) 오른 g당 5만586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27일 이후 5영업일 연속 상승했다. 미·중 무역분쟁이 최고조에 달한 8월 6만2580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던 금 가격은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지난달 12일 5만4370원까지 떨어졌다. 5만5000원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하다가 지난달 말부터 상승세로 전환했다.
채권 시장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8월 연 1.093%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뒤 지속적으로 상승해 연 1.5% 안팎에서 움직이다가 지난달 중순 이후 하락세로 접어들어 지난 29일 연 1.385%로 주저앉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낙관했던 미·중 간 ‘스몰딜(부분합의)’이 양국 정상의 서명만 남겨둔 채 무기한 연기되는 등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이 관세 철회에 대해 이견을 보이면서 양국 간 온도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며 “여기에다 홍콩 인권법을 둘러싼 외교 갈등이 부각되는 등 경제 주체들의 위험자산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됐다”고 설명했다.
수출 감소와 저성장·저물가 등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것도 연말 안전자산 랠리를 점치는 요인이다. 여현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출 감소 등) 소득 정체로 민간 소비가 둔화하는 가운데 올해 연 2% 경제성장률조차 지키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디플레이션 방지를 위한 통화 완화 기대가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이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금리를 동결했지만 소수의견이 등장한 점도 내년 초 추가 인하 가능성을 높였다는 평가다. 김지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금통위 내 대표적 비둘기파로 알려진 조동철 위원이 아니라 신인석 위원이 소수의견을 냈다는 점에서 경기 하강과 저물가에 대한 한은의 우려를 엿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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