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상자, 스티로폼, 아이스팩, 에어캡(뽁뽁이), 은박지, 비닐.’
택배와 함께 오는 포장재들이다. 때론 내용물보다도 더 큰 부피의 쓰레기가 나오는 경우도 있다. 택배 포장재가 쓰레기 양산의 주범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응해 유통업체들이 택배 쓰레기를 줄이는 ‘포장재 다이어트’에 들어갔다. ‘포장재 제로’를 내세운 업체도 등장했다.
포장재 필요 없는 박스 확산
신선식품 새벽배송 전문업체인 ‘헬로네이처’는 이달 말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스티로폼과 한 번 쓰고 버리는 종이박스를 쓰지 않기로 했다. 대신 재사용할 수 있는 ‘더그린박스’를 특수제작해 배송용으로 쓰기로 했다. 쌀포대 제작에 쓰이는 섬유를 사용해 튼튼하고 반복해 사용할 수 있다. 박스 안쪽은 은박 모양의 특수재질로 감싸 보랭재만 넣으면 냉기를 유지할 수 있다. 부피를 줄여 접어서 보관할 수 있고, 다음 주문을 할 때 문 앞에 두면 배송기사가 수거해 세척 후 재사용한다.
오정후 헬로네이처 대표는 “환경문제 때문에 새벽배송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고객들을 위해 편의성과 환경친화적 요소를 더한 박스를 사용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더그린박스 제작단가가 비싸지만 재사용이 가능해 장기적으로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헬로네이처 관계자는 “그린박스를 내주고, 다시 받는 과정 자체가 소비자들과의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헬로네이처는 본격적인 서비스를 앞두고 지난달부터 150명을 모아 체험단을 운영하고 있다. 체험단에서 활동 중인 주부 오씨(38)는 “새벽배송이 편리하지만 너무 많은 쓰레기를 배출해 마음이 무거웠는데 이 문제를 해결해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스팩·박스테이프도 사용 줄여
처치 곤란한 쓰레기인 아이스팩도 친환경적으로 바뀌고 있다. 기존 아이스팩은 비닐·합성수지·보랭제·물 등으로 만든다. 마켓컬리는 이를 물로만 이뤄진 친환경 아이스팩으로 바꿨다. 헬로네이처는 재생지와 물, 전분으로 구성된 팩을 사용한다. 업계 관계자는 “상당수 식품 배송업체가 보랭재(아이스팩)의 내부 물질을 녹여서 하수구에 흘려보낼 수 있는 무해한 성분으로 바꾸고 있다”고 전했다.
마켓컬리는 스티로폼 박스 회수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다음 배송 때 문 앞에 둔 스티로폼 박스를 가져가 재활용업체에 처리를 맡기는 방식이다.
‘박스 테이프’를 없애려는 시도도 나왔다. 박스 부착용 테이프가 자연분해가 어려운 폴리염화비닐 성분이기 때문이다. 현대홈쇼핑은 테이프 부착 없이도 고정이 가능한 날개박스를 도입했다. 박스 상 하단에 있는 날개만 접어 밀봉한다. CJ오쇼핑도 에코 테이프리스 박스를 도입했다. 조립형 박스로 돼 있어 순서대로 끼워넣으면 테이프 없이도 봉합이 가능하도록 했다.
롯데홈쇼핑은 식물성 원료로 제작한 바이오매스 합성수지 비닐포장재를 도입했다.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원료로 만들어 일반 합성수지보다 제조 때 탄소 발생량을 70% 감소시킨다는 설명이다.
쿠팡은 배송박스를 아예 사용하지 않는 상품을 늘리고 있다. 쿠팡의 자체 브랜드인 ‘탐사’ 화장지 30롤짜리 한 팩을 주문하면 박스 없이 제품에 그대로 송장만 붙여 배송한다. 밤 12시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배송을 완료하는 로켓배송 상품은 부피가 작으면 대부분 친환경 비닐봉투를 사용한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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