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민수 기자 = 금융당국이 공시 신뢰도 제고 일환으로 수차례 공시서식을 개정하는 가운데 업계 안팎에선 "잦은 서식 개정으로 혼란만 가중되는 상황"이라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이형석 기자 leehs@ |
이는 현 정부 들어 강화된 지배구조 투명성 제고와 함께 대주주 일가가 이사회 의장 및 이사 선임에 지나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금감원의 공시서식 작성기준 개정은 2018년에만 총 다섯 차례 이뤄졌다. 1월 표준사채 관리계약서 개정안 반영 및 감사 및 감사위원 독립성 등에 대한 공시 강화에 나선 것을 시작으로 2월, 6월, 7월에 이어 12월에서도 공시서식 손질에 나선 것이다.
공시서식 변경 외에 기업 공시 강화를 위한 모범사례 마련에도 속도를 냈다. 지난해 8월 제약·바이오 기업에 대한 사업보고서 기재 모범사례가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실제 성과는 금융당국의 예상보다 다소 미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7일 금감원이 공개한 ‘2018년 공시의무 위반 조치현황 및 주의사항’에 따르면 지난해 자본시장법상 공시의무 위반으로 적발돼 제재 조치를 받은 곳은 총 57개사였다. 이는 전년 대비 1개사가 증가한 수치다.
특히 조치대상자 가운데 상장법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47.4%로 최근 3년새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2015년 73.5%를 기록한 이후 2016년 45.2%, 2017년 33.9%까지 감소했으나 올 들어 비율이 다시 상승한 것이다. 위반건수 비중도 44.6%로 2016년 29.2%, 2017년 26.9%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2018년 공시의무 위반 조치대상자별 조치 현황 [자료=금융감독원] |
일단 금감원은 공시위반 점검 시스템 개선 등이 나름 효과를 발휘했다는 입장이다. 2016년 185건까지 증가했던 공시위반 건수가 2017년부터 꾸준히 하락한 것을 근거로 제시했다.
반면 상장사들의 입장은 달랐다. 금감원의 공시 강화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그 내용이 다소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작년 8월 제약·바이오 기업 투자자 보호 방안이 공개된 이후 해당 업계에선 국내 기업들의 신약개발 의욕을 크게 떨어뜨리는 역효과가 우려된다고 토로하고 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임상시험 진행결과 정보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고 있는다는 지적은 신약개발 실패 가능성이 높은 업계 현실을 모르는 것”이라며 “공시 모범사례라는 것도 당국이 제시하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라고 밝혔다.
상대적으로 인력이 부족한 코스닥 상장사들의 불만도 적지 않다. 더욱이 지난해 11월 개정 외부감사법(외감법) 개정 이후 감사 부담이 높아진 상황에서 당국의 잇단 공시서식 변경을 따라잡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한 코스닥 상장사 임원은 “규모가 큰 코스피 상장사들과 달리 규정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불성실공시법인에 지정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공시서식이 자주 바뀌는 것 자체가 코스닥 상장사들에겐 또 다른 어려움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투자자 보호를 위한 당국의 공시 강화가 보다 체계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의도적으로 공시의무를 회피하는 행위에 대해선 엄정히 대처하면서도 공시위반 사례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을 통해 인력이 부족한 상장사들에 대한 교육도 병행되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공시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행위는 반드시 처벌바받야 한다”며 “다만 소규모 상장사나 비상장법인 등 공시교육 사각지대에 있는 회사들의 공시능력 강화를 유도하는 것도 금융당국이 해야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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