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습니다. 많이 도와주세요.”
15일 오후 1시30분 청와대 영빈관 2층 행사장 입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의 첫마디다. 문재인 대통령 초청으로 청와대에서 열린 ‘2019 기업인과의 대화’를 30분 앞두고서다. 공식적인 ‘첫 만남’에서 두 사람은 웃으며 악수한 뒤 명함을 주고받았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다른 대기업 총수들도 노 비서실장과 인사하기 위해 줄을 서 차례를 기다렸다. 대기 시간이 길어지자 구 회장은 정 수석부회장에게 순서를 양보했다. 행사장에 들어온 문 대통령이 이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에게 먼저 다가가 악수를 청하는 장면도 연출됐다.
이날 행사에는 대기업과 중견기업 등에서 128명의 기업인이 참석했다. 행사장 정면에는 ‘기업이 커가는 나라, 함께 잘사는 대한민국’이라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문 대통령이 타원형 좌석 앞줄 가운데 앉았다. 문 대통령 오른쪽에는 여성 기업인인 김재희 이화다이아몬드공업 대표, 왼쪽에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앉았다. 주요 그룹 총수들은 대부분 대통령 바로 뒷줄에 착석했다.
사회를 맡은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양복 상의를 벗고 진행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문 대통령이 “좋습니다”라면서 먼저 양복 상의를 벗었고, 기업인들도 와이셔츠 차림으로 토론에 임했다. 1시간40분으로 예정된 토론은 2시간 가까이 지난 오후 4시가 돼서야 끝났다.
이날 기업인들은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의 회관에서 모여 전세버스를 타고 청와대로 이동했다. 총수를 수행하러 나온 기업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집결 방식에 대한 불만도 나왔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사무실로 복귀하는 직장인들이 재계 총수들이 버스에 탑승하는 모습을 보고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기 위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한 고위관계자는 “보기 민망하다”고 했다. 점심 식사도 제때 못하고 급하게 달려온 기업인들도 있었다. 경기도에 회사가 있는 한 중견기업 회장은 “늦을까봐 오는 길에 허겁지겁 샌드위치 반쪽만 먹고 왔다”고 말했다.
고재연/박상익/박종관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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