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의 건설장비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이 미국과 중국의 건설경기 호조에 힘입어 질주를 거듭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건설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현지 맞춤형 제품 개발 등을 통해 사업을 밀어붙인 박정원 두산 회장(사진)의 뚝심 경영이 결실을 맺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올해 3분기(7~9월)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191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0% 증가했다고 30일 발표했다. 올 들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도 전년보다 39.3% 늘어난 7061억원에 달했다. 작년 연간 영업이익(6608억원)을 웃돈다.
세계 최대 굴삭기 시장인 중국에서의 선전이 실적을 개선시켰다. 이 회사는 올 들어 3분기까지 중국에서 1만2264대의 굴삭기를 판매했다. 작년 같은 기간(7881대)에 비해 55.6% 증가했다. 중국발(發) 판매 호조에 힘입어 두산인프라코어의 올해 매출은 지난해보다 20% 가까이 늘어난 7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영업이익은 8000억원을 웃돌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2005년 두산그룹 편입은 물론 1937년 회사의 모태인 조선기계제작소 창립 이후 최대 실적을 거두게 된다.
중국 건설기계 시장은 2012년부터 급격하게 얼어붙었다. 2011년 17만 대에 달하던 중국 굴삭기 시장은 2015년 5만 대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역성장의 위기 속에서도 두산인프라코어는 현지 맞춤형 제품 개발 등 경쟁력 강화 전략을 준비하며 시장 회복기를 대비했다.
침체에 빠졌던 중국 건설기계 시장은 지난해 좋아지기 시작했다. 시진핑 정부의 최대 인프라 사업인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광산 개발 등이 맞물리면서 건설장비 수요가 늘어난 덕분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기존 모델보다 연비를 15% 이상 개선한 ‘DX-9C 시리즈’와 광산 채굴용인 80t급 초대형 굴삭기 등 맞춤형 모델을 선보이며 판매를 끌어올렸다.
박지원 두산그룹 부회장도 지난 5월 중국 옌타이의 두산인프라코어 공장을 찾아 “실적이 좋을 때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확보하자”고 주문했다.
소형 건설장비 전문업체 두산밥캣도 올 3분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4% 많은 122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프라 투자와 함께 건설 경기 살리기에 나서면서 굴삭기, 로더 등 소형 건설장비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두산밥캣의 북미·오세아니아 지역 매출은 전년보다 32.4% 증가했다.
유럽 시장에서도 리모델링 수요 증가 등에 힘입어 작년보다 매출이 9.1% 늘었다. 두산밥캣은 미국에 있는 공장 두 개뿐 아니라 체코 공장까지 풀가동하고 있다. 두산밥캣은 지난 6월 인도 첸나이의 소형 건설기계 공장을 인수하는 등 신흥시장 공략도 강화하고 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두산인프라코어, 3분기 영업익 1914억원…전년 대비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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