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업계뿐 아니라 복잡한 서류 작업과 낙후된 기술로 문제를 안고 있는 의료, 부동산, 법률 등 다양한 분야를 개선할 기술로 블록체인이 큰 기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느린 속도, 표준화 부재 등 현재 블록체인 도입을 위해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도 산재한다.
1일(현지시간) CNBC가 블록체인 대중화를 위해 넘어야 할 장벽 5가지와 이를 위한 산업계의 움직임을 담은 딜로이트 보고서를 소개했다.
1. 성능 개선
블록체인은 탈중앙 방식의 회계 원장과 같다. 네트워크 전체에 걸쳐 거래가 기록되기 때문에, 조작이 불가능하고 이를 감독할 중앙기관이 불필요하며 데이터 추적도 용이하다.
한편, 블록체인은 거래 유효성을 확인하는 데 합의 작업이 필요하다. 이는 기록의 변경과 조작을 막을 수 있지만, 처리시간을 상당히 길어지게 한다.
보고서는 "비트코인은 초당 3~7건, 이더리움은 초당 15건으로, 수만 건을 처리하는 기존 거래 처리 시스템에 비해 성능이 크게 떨어진다"며, 블록체인 거래 처리 속도가 일상 거래에 도입될 만큼 충분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산업계는 효율적인 대안 합의 모델을 만들고, 실험하고 있다. 보고서는 네트워크 참여를 위해 특정 지분 보유를 요구하는 지분 증명 시스템(PoS)을 새로운 합의 방식으로 언급했다.
보고서는 "합의 메커니즘 개선으로 블록체인의 처리 성능이 좋아지면서, 무역 금융, 공급망, 자동 대출, 의료, 보험 등 다양한 산업의 도입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2.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 마련
산업 참여자가 증가하면서, 다양한 네트워크 구축 움직임이 활발하다. 하지만 각 네트워크를 연결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표준이 부재한 상태다.
딜로이트는 "표준화 부재로 코딩과 개발이 자유롭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각 플랫폼은 서로 연결될 수 없는 상태에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여러 코딩 언어와 프로토콜, 합의 메커니즘을 가진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코딩사이트 '깃허브(GitHub)'에 약 6,500개 등록돼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네트워크 간 결제를 가능하게 하는 인터레저(Interledger) 컴퓨터 프로토콜 등, 블록체인의 상호연결성 부문을 연구하는 크로스 블록체인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보고서는 표준화를 통해 "개발 및 개념 증명을 위한 기업 간 협력, 기존 시스템과의 결합이 더욱 용이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3. 복잡성·비용 삭감
블록체인 네트워크 생성과 유지 모두 많은 비용이 든다. 비트코인 블록체인은 집약적 컴퓨팅 파워, 전력을 사용해 문제가 제기되곤 했다. 엘리트픽스처(Elite Fixtures) 연구에 따르면, 올해 한국에서 1BTC를 채굴하려면 2만6,000달러가 투입돼야 했다.
딜로이트 보고서는 복잡한 기술 사용도 또다른 도입 장벽이 된다고 설명한다. 현재 아마존, IBM (NYSE:IBM), 마이크로소프트가 블록체인 네트워크 생성 비용과 복잡성을 해결하기 위한 클라우드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해당 기업들은 서비스형 블록체인 'BaaS'를 구축해, 네트워크를 쉽게 구축 및 운영할 수 있는 편리한 템플릿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보고서는 "새로운 클라우드 서비스가 빠른 속도로 시장에 들어와 블록체인 네트워크 개발과 운영 장벽을 낮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이퍼레저의 오픈소스 플랫폼 소투스의 경우, 코어 시스템을 잘 알지 못해도 코딩 언어를 선택해 블록체인 앱을 개발할 수 있게 해준다.
딜로이트는 블록체인 툴과 플랫폼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려는 대기업의 시장 참여가 대중화를 돕고 있다고 전했다.
4. 지원적 규제 마련
규제기관이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감독과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은 ICO를 금지하고 있고, 미국은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ICO 기업 단속과 관계자 소환 등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정 조건에 부합하면 자동으로 계약을 진행하는 '스마트 컨트랙트'처럼 기존 규제를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이에 대해 딜로이트는 "미국에서 17개 관련 법안이 진행되고 있다"며, 시장 규제 모멘텀이 생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 내 규제 논의 및 규제 명확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오늘(2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정부가 블록체인 기술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발전을 지원해야 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5. 산업 협력
딜로이트 보고서는 앞서 언급된 문제들을 해결하고, 기술 개발과 교육을 촉진하기 위한 산업 협력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3월 기술 전문 연구단체 가트너(Gartner)에 따르면, R3, 리스크블록 얼라이언스(RiskBlock Alliance), 이더리움기업연합(EEA) 등 수백여 기업이 참여하는 협력 컨소시엄을 비롯해, 약 61개 블록체인 컨소시엄이 활동 중이다.
보고서는 "컨소시엄을 통한 기업, 기술자, 규제기관, 정부의 참여 증가가 블록체인 개발 및 도입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이레 기자 aliceha@econo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