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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트럼프 '화폐개혁' 추진?…금 사둬야 하나

입력: 2018- 11- 26- 오전 02:26
[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트럼프 '화폐개혁' 추진?…금 사둬야 하나

올해 글로벌 금융시장의 특징을 꼽으라면 한동안 흐트러졌던 달러 가치와 국제 금값 간 역비례 관계가 복원된 점을 들 수 있다. 지난 4월 초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알 수 있는 달러인덱스가 88대로 급락하자 국제 금값은 온스당 1390달러대까지 급등했다. 이때 골드뱅킹 매력이 증대되면서 금 사재기 현상이 재연됐다.

하지만 그 뒤 달러 가치 회복으로 지난달 초 달러인덱스가 97대로 급등하자 국제 금값은 온스당 1180달러대까지 급락했다. 불과 6개월 사이 하락률이 무려 30%에 육박해 4월 금을 사둔 사람은 커다란 충격에 빠졌다. 2011년 이후 따진다면 금 투자 손실률은 50%에 달해 투자 원금이 반토막 났다.

최근 다시 ‘금을 사둬라’는 권유가 부쩍 많이 들린다. 세계 증시 조정, 세계 경기 둔화 우려, 투자자의 안전자산 선호 등 나름대로 근거는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화폐개혁을 단행해 금 본위제를 부활시킬 것이라는 그럴듯한 이유가 눈에 확 들어온다. 금 본위제란 금과 달러화 교환비율을 고정시키는 국제결제시스템을 말한다.

이달 초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불리해진 트럼프 대통령이 2년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극적인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최후 버팀목이 될 것으로 여겨졌던 미국 경기가 ‘2020 대선’ 출발 직전인 내년 4분기에는 성장률이 1%대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미국 증시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워싱턴 정가를 중심으로 ‘세 가지 빅딜설’이 거론된다. 대(對)중국 마찰과 관련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금리인상 속도 조절과 관련해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 미국 국민의 생존권 보장과 관련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대타협을 모색할 것이라는 전략이다. 모두 타협이 쉽지 않고 타협되더라도 미국 국민의 표심을 끌어올릴 만한 변수는 못 된다.

‘협상의 달인’이자 ‘오뚝이 인생’이란 닉네임이 붙은 트럼프 대통령이 화폐개혁의 일환으로 금 본위제 부활은 충분히 생각해볼 카드다. 그의 저서 《협상의 기술(The Art of Deal)》을 읽어보면 위기에 처할 때마다 극복 카드로 썼던 충격 요법(shock therapy)이 기술돼 있다. 한마디로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면 뭐든지 다 동원한다는 것이다.

금 본위제 부활은 트럼프 대통령이 속한 공화당이 궁지에 몰릴 때마다 위기 타개책으로 제시해온 단골메뉴다. 2차 오일쇼크 직후인 1980년대 초 미국 경제가 경기침체 아래 물가가 올라가는 종전에 볼 수 없던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 빠지자 로널드 레이건 정부는 특별위원회까지 설치해 금 본위제 도입을 검토했다.

자신의 금리인상 속도 조절론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Fed와 파월 의장을 길들이기 위해서도 쓸 수 있는 카드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밋 롬니를 비롯한 대부분 공화당 후보는 버락 오바마 민주당 정부에 편향돼 있는 Fed의 통화정책과 벤 버냉키 전 Fed 의장을 견제하기 위해 금 본위제 부활을 공론화한 적이 있다.

금 본위제 부활 논의는 그 자체만으로 재테크 시장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각국 중앙은행이 금 본위제 부활에 대비해 금 확보에 나서면 금값이 크게 오를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금 본위제 부활 논의가 가장 활발했던 2011년 당시 우리도 한국은행이 외화보유통화 다변화 차원에서 금을 96t 사들였고 일부 시중은행은 금값이 온스당 30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는 예상을 근거로 고객에게 금을 사둘 것을 강하게 추천했다. 결과는 낭패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금 본위제를 부활시키려면 가장 큰 전제조건인 충분한 금을 확보해야 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유지해온 금 본위제가 1971년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의 금 태환 정지로 종료된 것은 세계 교역량에 맞춰 늘어나는 달러화 가치를 금으로 맞출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47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금 본위제 부활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금융인에게 기대하는 가장 큰 역할 중 하나는 고객의 재산을 불려주는 일이다. 최근처럼 불안한 틈을 타 그럴싸한 이유로 자신과 자신이 속한 금융회사의 이익을 위해 금(금융상품 포함) 매입을 권유하고 나중에 커다란 손실을 초래한다면 진정한 금융인이 아니다. 고객을 희생으로 돈 번 금융인이 과연 얼마나 행복하고 바람직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를 스스로 반문해봐야 할 때다. 그 금융인이 속한 금융사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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