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경매주가 된서리를 맞고 있다. 상장사인 서울옥션은 증시에서 ‘바닥’을 기고 있고, K옥션은 추진하던 기업공개(IPO)가 감감무소식이다. 불경기로 미술품 경매시장이 위축됐기 때문이다.
5일 코스닥시장에서 서울옥션은 6090원으로 마감했다. 연초에 비해 44.50% 떨어진 가격이다. 서울옥션은 지난해 10월 5일 장중 1만6450원을 찍은 뒤 하락세로 돌아서 별다른 반등 없이 떨어졌다. 지난달 6일엔 최근 4년간 가장 낮은 가격인 53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서울옥션은 상반기 12억4000만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 64억원 흑자에서 적자 전환했다. 회사 측은 “서울 강남사옥을 새로 지으면서 일회성 비용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본업인 경매 업황도 좋지 않다.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에 따르면 서울옥션의 낙찰액은 작년 상반기 618억원에서 올 상반기엔 445억원으로 28.0% 줄었다. 경매회사는 낙찰액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받는 게 가장 큰 수입원이기 때문에 낙찰액이 줄면 수익이 따라서 감소한다.
국내에서 두 번째로 큰 K옥션도 상황이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K옥션의 상반기 미술품 낙찰액은 지난해 351억원에서 올해 299억원으로 14.8% 감소했다. K옥션은 2019년을 목표로 IPO를 추진해왔지만 연내 상장은 사실상 물 건너간 분위기란 게 증권업계의 시각이다.
증권사들은 상반기 서울옥션 목표 주가를 잇따라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엔 목표주가를 2만1000원까지 제시했지만 올 들어서는 1만4000~1만5000원 수준으로 낮췄다. 4월을 마지막으로 서울옥션 분석 보고서를 더 이상 내지 않고 있다.
이병화 KB증권 연구원은 “미술품 경매는 국내 시장 크기가 국내 2000억원 정도에 불과하고 시장 참여자 수도 많지 않다”며 “부동산과 주식 등 다른 시장에 비해 거래가 제한되기 때문에 투자 리스크(위험)가 높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가 나빠지면 미술품 컬렉터(구매자)가 위축되는 정도가 크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경매회사들은 새 수익원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K옥션은 지난해 국내 악기 유통업체와 협력해 바이올린 등의 경매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서울옥션은 지난 4일 경기 파주시에 있는 딸기 테마파크를 경매에 부쳤다. 국내 미술품 경매사가 부동산을 공개 경매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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