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3월2일 (로이터) - 지난 해 실종된 홍콩 서적판매상 리 보(65)는 자신은 많은 사람들이 의심하는 것처럼 중국 당국에 의해 납치되지 않았으며 단지 불법으로 중국에 건너간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영국 여권도 소지하고 있는 이중국적자인 그는 또 영국 국적을 포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리와 동료 4명은 지난 반년 동안 차례로 실종됐는데 이들은 중국 당국에 의해 납치돼서 강제로 중국에 끌려 갔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들의 실종은 지난 1997년 영국으로부터 홍콩을 반환받은 중국이 그 동안 취해 왔던 ‘일국양제(one country, two systems)' 정책을 파기하는 암수를 쓰고 있다는 우려를 불러 일으켰다. 중국은 동 정책에 의거, 홍콩에 본토 대비 월등한 자유와 자치권을 보장해 왔다.
실종자 중 최소 한명은 중국에서 금지된 공산당 지도부에 대한 비판적인 책들을 판매하고 유통한 혐의로 기소될 예정이다.
리는 29일 홍콩 피닉스TV(Phoenix TV)에 출연, 자신이 지난 해 12월 홍콩에서 사라진 데 대해 처음으로 설명했다. 그는 20분여 분간 회견에서 자신이 자발적으로 중국에 건너 갔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는 자신을 항상 홍콩 시민인 동시에 중국 시민으로 생각해 왔다. 내 영국 국적을 가지고 말들이 많아서 차제에 영국 국적을 포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나는 중국 당국의 조사에 협조해야 했으며 다른 사람들에 대한 불리한 증언을 해야 했기 때문에 비밀스럽게 행동한 것"이라고 덧붙혔다.
그는 자신은 불리한 증언을 한 사람들로부터 보복 받을 것이 두려워 중국에 불법 입국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떻게 국경을 건넜는지, 누가 도움을 주었는지, 또는 언제 홍콩으로 돌아올지 등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리는 "이는 매우 복잡한 경우"라면서 "따라서 더 많은 조사가 필요하다. 나는 중국에서 아주 안전하고 자유롭다. 당국은 나에게 매우 잘 해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홍콩 정치인들은 리의 회견에 의문을 표하면서 그가 중국 당국의 압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야당 민주당의 제임스 토 의원은 "그가 누구의 도움으로 중국에 건너 갔는지, 아니면 중국 경찰이나 보안 요원에 의해 강제적으로 끌려 갔는지 불분명하다. 많은 부분이 아직 의문 투성이"라고 말했다.
홍레이 중 외교부 대변인은 리의 TV 출연에 대한 질문에 리와 그의 아내는 동 건과 관련, 이미 수 차례 자신들의 입장을 밝혔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례 뉴스 브리핑에서 "우리는 그들의 말과 사실을 존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의 아내는 그가 자발적으로 중국에 건너 갔다고 말했었다.
중국은 영국의 정식 요청에도 불구, 아직 리에 대한 영사 접근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홍콩 주재 영국 영사관이 29일 말했다. 영국 정부는 리의 TV 회견후 그를 도울 계획임을 밝혔다고 BBC 방송이 보도했다.
필립 하몬드 영국 외무장관은 앞서 리가 "타의에 의해 중국으로 보내졌다"고 말한 바 있다.
다른 4명의 홍콩 서적판매상들은 28일 중국TV에 출연, 자신들은 중국 내 ‘불법 서적 유통'과 관련해 체포됐다고 말했다. 이 중에는 귀화한 스웨덴 국적자 귀민하이도 포함됐다. (제임스 폼프렛 기자; 번역 최정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