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자금이 미국 국채, 일본 엔화, 금 등 안전자산에 간접투자하는 금융투자 상품으로 흘러들고 있다. 연초부터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자 주식 투자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하려는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게 증권업계의 설명이다.
美 국채 투자상품에 몰리는 자금
미 국채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는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자금 몰이를 하고 있다. 미국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미 국채 7~10년물 가격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도록 설계한 ‘아이셰어즈 7-10년물 국채’엔 지난 3일(현지시간) 하루 동안 16억7900만달러(약 1조8872억원)가 순유입됐다.
이날은 애플이 2019회계연도 1분기(2018년 10~12월) 실적추정치를 전날 크게 낮춘 영향으로 글로벌 증시가 동반 조정을 받은 날이다. 만기가 20년 이상인 미 장기국채에 투자하는 ‘아이셰어즈 20+년 국채’에도 이날 11억2100만달러(약 1조2600억원)가 몰렸다.
이 두 ETF는 최근 3개월간(4일 기준) 각각 4.44%, 7.09%의 수익률을 올렸다.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지난해 11월8일 3.2382%에서 지난 4일 2.67%까지 가파르게 떨어졌다(국채 가격 상승).
‘TIGER 미국채10년선물’ ‘KODEX 미국채10년선물’ 등 국내 증시에 상장된 ETF를 통해서도 미 국채에 간접투자할 수 있다. 지난해 8월 상장한 ‘TIGER 미국채10년선물’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지난해 11월 3980만원, 12월 5220만원, 이달(4일까지) 1억6150만원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이 ETF는 4일 1만390원으로 장을 마쳐 작년 9월 이후 3.38% 올랐다.
“엔화·金 투자 주목”
엔화가치가 오르면 수익률이 높아지는 상품도 눈길을 끈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해 11월13일 113.96엔에서 3일 107.75엔으로 5.45% 하락했다. ‘TRUE 엔선물’ ETN과 ‘TIGER 일본엔선물’ ETF 등이 한국 증시에서 엔화에 간접투자할 수 있는 대표적 상품이다.
추종지수 등락폭의 두 배만큼에서 손익이 결정되는 레버리지 상품도 있다. ‘TIGER 일본엔선물’과 ‘TIGER 일본엔선물 레버리지’는 최근 한 달간 7.89%, 15.98%의 수익을 냈다.
엔화 강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문정희 KB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엔·달러 환율은 작년 3월 기록한 직전 저점 104.7엔이 지지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 불확실성이 고조되면 100엔대까지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금 ETF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4분기 S&P500 지수가 약 17% 하락할 때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가격은 7% 상승했다. 미국 운용사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스가 운용하는 금 ETF ‘SPDR 글로벌 셰어즈’로는 지난달 26일 6억4300만달러(약 7227억원)가 들어왔다. 하루 순유입 규모로는 2년 만의 최대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KODEX 골드선물(H)’ ETF의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지난해 11월 6억5040만원에서 12월 9억7650만원, 올 들어 22억5400만원으로 급증하고 있다. 김도현 삼성증권 글로벌주식팀 수석연구위원은 “올해 글로벌 증시는 악재가 나올 때마다 충격을 받는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며 “이럴 때 귀금속은 손실을 막을 수 있는 좋은 대안”이라고 말했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될 수 있는 고액자산가가 채권, 귀금속, 통화 등에 투자하는 ETF 매수를 희망할 때엔 해외 시장에 상장된 ETF 투자도 고려해볼 만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국내 시장에 상장된 채권, 귀금속, 통화 ETF에 투자하면 차익이 배당소득으로 분류돼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된다.
반면 해외 ETF의 매매차익은 종합소득에 포함되지 않는 양도소득으로 잡히고, 22%의 단일세율로 과세된다. 양도소득은 연 250만원까지 비과세된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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