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외 채권금리가 급등하는 가운데 단기금리가 더 가파르게 오르면서 장단기 금리차(스프레드)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지난 10월 한 달간 국고채 3년 금리는 연 2.11%까지 0.56%, 국고채 10년 금리는 연 2.56%로 0.32% 급등했다. 금리가 오르면서 장단기 스프레드가 축소되는 '베어 플래트닝' 현상은 한국뿐 아니라 미국, 호주, 캐나다, 독일 등 주요국 채권시장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 가파르게 상승한 국내외 단기금리는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높은 수준에서 장기화되고, 가파른 정책금리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란 시장 전망을 반영하고 있다.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10월 초 연 0.27%에서 현재 연 0.50%로, 호주 국채 3년물 금리는 0.34%에서 1.22%까지 급등했다. 다만 현재 인플레이션은 주로 공급망 문제에 원인이 있고, 생산성 하락과 교역량 감소로 이어져 성장률을 떨어뜨릴 수 있는 만큼 채권금리에 일방적인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것인지에 대해선 논란도 있다. 과거 성장률이 둔화되는 가운데 물가가 장기간 상승했던 미국의 1960년대 후반 사례를 검토해봤다.
미국 경제는 1960년대 중후반과 비슷한 상황높은 인플레와 풀리지 않는 공급망 문제는 미국의 1960년대 후반 스태그플레이션 떠오르게 한다. 1973년 1차 석유파동과 1978년 2차 석유파동과 같은 극단적인 사태를 제외하더라도 1960년대 후반 미국의 성장률과 물가상승률 흐름은 현재와 비슷하다. 1960년대 초반 미 물가상승률은 연간 1.5~1.9%에 머물렀으나 1960년대 중반부터 3%로 높아졌고, 1969~1970년에는 4.7%까지 높아졌다.
당시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966년 8%에서 1967~1969년 3~5%대로 둔화됐다. 미 국채 5·10년물 금리는 1960년대 초반 연 3%대에서 형성됐으나 1966년 들어서는 연 4% 중반으로 상승했고 1968년 말 연 6%를 넘어섰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에서 5년물 금리를 뺀 장단기 금리차는 1960년대 초반 0.1~0.3%포인트를 유지했으나 1966년부터는 장기금리가 오히려 낮아지는 역전이 벌어져 1970년까지 역전 상태가 지속됐다.
예상보다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되고 성장률도 둔화된다면 1960년대 후반과 같이 단기금리가 더 큰 폭 오르면서 장단기 금리차가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인플레이션 문제에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응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의견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은 경제단위의 적절한 ‘중립금리’(인플레나 디플레를 일으키지 않으면서 장기적 경제 성장을 가능케 하는 적정수준 금리) 수준을 높인다는 논거로 활용돼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을 요구할 전망이다.
국내 유동성 증가율, 미, 중국과 달리 지속적인 상승세국내 소비자물가는 올해 2.3% 상승하고 내년에는 상승률이 1.6~1.8%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글로벌 공급망 문제가 장기화될 경우 최종 가격에 비용이 추가로 전가되면서 물가를 당초 예상보다 높게 끌어올릴 위험이 있다. 유동성 지표인 국내 M2(광의의 통화량) 규모는 지난 8월말 기준으로 전년대비 12% 불어난 것으로 집계되는 등 중국, 미국과 달리 상승속도가 가파르다.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와 높은 인플레이션 기대가 맞물린 탓이다.
적자재정 편성에 따른 M1(협의의 통화량) 증가, 투기 성향이 높아지는 시장 참여자들, 대출 수요 증가 등이 M2 상승률에 기여한다. 경제 안정을 위해선 정부는 정책적으로 재정 확장 속도를 낮추고, 대출 수요도 제어해야한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기본소득 정책 관련 논의가 활발해지는 등 큰 정부주의가 힘을 얻고 있고, 한국의 경우 내년에 대선이 치러진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긴축으로의 의미있는 전환은 쉽지 않아 보인다.
확장 재정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은 불가피하기 때문에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상 압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이번달 기준금리를 연 1.00%로 인상하고, 내년 1~2월 1.25%로, 내년 3분기엔 1.50%까지 인상할 것으로 예상한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2023년 한국의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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