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SBI저축은행은 2013년 출범했다. 글로벌 금융그룹인 SBI홀딩스가 저축은행 사태로 부실에 빠져 있던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을 인수해 총 1조3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했다. SBI저축은행은 지난해 출범 이후 최대인 131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SBI저축은행은 2금융권에서 다른 금융회사들이 앞다퉈 벤치마킹하는 회사로 알려져 있다. 저금리 기조와 법정 최고금리 인하 등 저축은행업계의 영업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도 연간 1000억원이 넘는 이익을 꾸준히 내고 있기 때문이다. 자산 규모도 2014년 6월 3조7447억원에서 지난 9월 8조4110억원으로 대폭 불어났다. 과거 저축은행 사태로 바닥까지 떨어졌던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는 데 적지 않은 기여를 하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 최초 ‘중금리 대출’ 연 9.9%
SBI저축은행의 성공은 업계를 선도하는 혁신적인 상품과 서비스에 기인한다. 중금리 신용대출 상품인 ‘사이다’가 대표적이다. SBI저축은행은 다른 저축은행들이 연 20%대 대출 상품을 팔던 2015년 12월 평균금리 연 9.9%를 내세운 ‘사이다’ 신용대출을 출시했다. 저축은행 소비자가 신용도에 비해 높은 이자를 물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내놓은 상품이다. ‘사이다’는 중금리 대출 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후에도 ‘SBI중금리바빌론’을 출시하는 등 중금리 대출 상품을 다양화하는 데 공들이고 있다. 지난해 6월 선보인 뱅킹 앱(응용프로그램) ‘사이다뱅크’는 소비자가 쉽게 저축은행 상품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SBI저축은행의 혁신은 실적으로 이어졌다. SBI저축은행은 2013년 출범할 당시 순손실 4031억원을 기록했다. 이듬해에도 3292억원의 적자를 냈다. 부진은 오래가지 않았다. 2015년 172억원의 이익을 내며 흑자로 전환했다. 2013년 47.27%에 달하던 연체율은 2016년 9.6%로 빠르게 낮아졌고, 지난 9월에는 업계 최저 수준인 2.78%를 기록했다.
기업금융으로 안정적인 포트폴리오 구성
SBI저축은행이 빠른 속도로 업계 1위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을 털어낸 뒤 회사의 포트폴리오 구조를 안정적으로 바꿨기 때문이다. 다른 저축은행들이 기업금융 혹은 개인금융으로 ‘전공’을 정한 것과는 달리 SBI저축은행은 개인금융과 기업금융 비중을 약 5 대 5로 유지하고 있다.
SBI저축은행의 성장을 견인한 또 다른 축은 기업금융(IB)이다. 회사 출범 직후부터 증권사, 캐피털, 회계법인 등 국내 IB 분야 전문가를 다수 영입했다. 이들은 부실 자산을 매각하고, 포트폴리오를 우량 자산으로 채우는 데 기여했다. 출범 뒤 700여 건의 기업대출에서 연체율 0%를 기록하고 있다. 업계에서 전무후무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SBI저축은행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여신 비중이 높은 편이다. 정부의 생산적·포용적·사회적 금융 강화 기조에 부응하려는 목적이다. 지난해에는 중소기업에 연 5~6%대 대출을 꾸준히 공급한 공로를 인정받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부터 상을 받았다.
혁신으로 얻은 이익은 소비자에게
SBI저축은행은 개인금융 부문에서 서민을 위한 중금리 대출을 확대하고, 핀테크(금융기술) 혁신으로 줄인 비용을 고객에게 돌려주는 데 힘쓰고 있다. 2017년 핀테크 태스크포스팀을 꾸리고 CSS(개인신용평가시스템) 개선과 업무 효율성 강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신기술은 ‘사업의 전 영역’에 도입되고 있다.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 시스템을 도입했고, 핀테크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과 활발히 제휴하고 있다.
현재 개발 중인 CSS 3.0 버전은 회사 재무 건전성을 한층 더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2.0 버전 적용 직후 개발을 시작했다. 여신 연체율 감소와 수익 증가에 기여했다는 설명이다.
SBI저축은행은 ‘시중은행에 비해 많은 이자를 주는 금융사’로 알려진 저축은행 본업에도 충실하다. 업계 최고 수준의 금리를 제공하는 ‘SBI스페셜정기예금’과 저축문화 활성화를 위한 ‘SNS다함께정기적금’, 소외계층의 자립을 돕는 ‘희망정기적금’ 등 다양한 예·적금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사이다뱅크를 통해 ‘2040세대’를 공략하는 한편 전국 20개 지점을 개편해 ‘5060세대’에 더욱 안락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정진문 SBI저축은행 사장은 “5060세대의 여유 자산과 2040세대 자금 수요를 연결하는 게 저축은행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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