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지난 17일까지 서학개미 순매수 10위권 내 종목에는 거대 기술 기업 매그니피센트7(M7) 7개 종목(애플·테슬라·마이크로소프트·메타·아마존·알파벳(구글)·엔비디아 (NASDAQ:NVDA))을 중심으로 기술주가 대거 이름을 올렸다.
트럼프 2.0 시대 정부정책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MAGA)라는 슬로건처럼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해 수립되고 추진될 전망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미·중 패권전쟁의 핵심인 첨단기술을 둘러싸고 양국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AI를 중심으로 정부 지원에 수혜를 입을 기술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중국과 기술경쟁 구도가 트럼프 1기보다 뚜렷해져 있고 인공지능(AI) 기술의 성장 로드맵도 계속 그려나가는 상황이다"며 "기술주를 중심에 두고 산업재(전력 인프라), 금융 섹터를 선호하는 의견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테슬라 (NASDAQ:TSLA) 중심 주요 기술주에 몰리는 서학개미 자금
이달 들어 서학개미 자금이 가장 많이 몰린 곳은 테슬라다. 서학개미는 이달 들어 테슬라를 3억2684만달러(4740억원)어치 사들였다. 서학개미 순매수 2위도 테슬라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로 나타났다. 테슬라 수익률을 일일 2배로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2배 불 셰어즈 ETF'에는 2억1098만달러(3059억원) 순매수가 몰렸다. 이 상품은 테슬라의 주가가 상승할 때 상승률 2배의 수익을 내는 상품이다.
일론 머스크 CEO(최고경영자)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실세로 떠오른 만큼 자율주행 차량 규제 등 테슬라가 전기차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것이란 기대감이 투자 수요를 끌어당긴 것으로 풀이된다. 일론 머스크는 차기 트럼프 행정부 자문기구인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 발탁됐다.
테슬라를 바라보는 시장의 전망도 밝다. 모건스탠리는 13일(현지시각) 목표주가를 800달러로 높였다. 지난해 12월 기록한 최고가 432.6달러보다 84.93%오른 가격이다. 모건스탠리는 테슬라가 2040년까지 최대 750만대의 자율주행차를 배치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론 머스크 뿐만 아니라 트럼프 2기 행정부에 실리콘밸리 출신 기술 전문가들이 합류한 점도 기술주 수혜 기대감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일론 머스크와 함께 비벡 라마스와미를 DOGE 공동 수장으로 임명하고 부통령에 벤처캐피털 출신 JD 밴스, 크립토 차르에 데이비드 삭스,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에 마이클 크라이오스 등을 앉혔다.
2기 트럼프 정부가 시작되면서 팔란티어 역시 트럼프 수혜주로 꼽힌다. 팔란티어가 트럼프 수혜주로 떠오른 이유는 2기 트럼프 정부에서 신설되는 정부효율부가 정책 수행을 위한 핵심 도구로 팔란티어의 소프트웨어(SW)를 채택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팔란티어를 이끄는 틸 회장이 친 트럼프 인사이기도 하다. 틸 회장은 2016년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게 125만달러를 기부한 오랜 지지자다. 트럼프 당선인과 두터운 친분관계인 틸 회장은 J.D 밴스 공화당 상원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직접 추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수혜 기대감에 2020년 9월 주당 7달러에 상장된 팔란티어 주가는 지난해 말 장중 한때 84.80달러까지 올랐다. 이후 지난 13일 64.98달러까지 떨어지기도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 취임을 앞둔 지난 17일 71.77달러를 기록했다.
팔란티어는 군사 및 테러 방지를 위한 AI 정보 분석 도구 '팔란티어 고담'을 통해 국방부, 중앙정보국(CIA), 연방수사국(FBI) 등 미국 주요 정부 기관의 전략 수립을 돕는 기업이다.
김수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인력 감축을 위한 시스템 자동화에서 AI가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미국 공공기관에 SW를 공급하기 위해선 반드시 국가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공공기관 중 특히 국방부와 관계가 깊은 팔란티어는 SW 기업 중 가장 많은 인증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증권가 "트럼프 2기, 주도 성장 산업에 주목"
M7에 이어 최근에는 브로드컴이 더해진 배트맨(BATMMAAN, 브로드컴·애플·테슬라·마이크로소프트·메타·아마존·알파벳·엔비디아)이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맞춤형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브로드컴은 '제2의 엔비디아'로 급부상하며 지난해 주가가 두배 이상(107.70%) 폭등했다.
이달 들어 지난 17일까지 서학개미 브로드컴 순매수 규모는 6653만달러(965억원)으로 이 기간 브로드컴은 서학개미 순매수 4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말 시가총액 1조달러를 돌파하면서 엔비디아, TSMC에 이어 반도체 기업으로는 세 번째로 시총 1조달러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김세환 KB증권 연구원은 "브로드컴의 투자 포인트는 AI 전용칩 설계 수요 증가와 AI 기반 소프트웨어 영역 확대"라며 "주가 측면에서 장기 이익 성장성을 반영한 주가 멀티플도 시장과 동일한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어 단기 반등에 따른 피로감은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서학개미는 자율주행 로봇기업 '서브 로보틱스'를 5783만달러(836억원), 코인베이스 주식에 커버드콜 전략을 적용해 수익을 추구하는 'TD YILDMX CN ETF'를 5612만달러(809억원), 엔비디아 5256만달러(757억원), 엔비디아와 자율주행차 부문에서 협력하고 있는 아브 로보틱스를 4262만원(615억원)어치 사들였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여전히 견고하며, 이에 기반한 기업 실적 역시 긍정적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며 "이번 주부터 본격화하는 월가의 실적 시즌 역시 기대할 것이 많을 것으로 예상하며, 여전히 인공지능(AI) 모멘텀을 향유할 수 있는 빅테크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