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토큰 이코노미 사업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데다 메타버스 역시 시장 상황이 불투명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코인 사업까지 손댈 만큼 그룹 전체 상황이 위기에 내몰렸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롯데이노베이트 메타버스 자회사 '칼리버스'는 미국과 싱가포르를 후보지로 놓고 코인 발행 국가 최종 결정할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에서는 ICO가 법적으로 금지돼 있는 까닭이다.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법률 자문사로 선임, 발행 과정에서의 법적·제도적 완전성을 갖추는 데 힘을 쏟고 있다는 후문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와 같은 안정적인 자산을 담보로 가치를 유지하는 코인이다. 가상자산 대장주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에 비해 시세 가치가 안정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칼리버스 역시 달러화와 연동해 스테이블코인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발행 코인은 메타버스 칼리버스 플랫폼에서 통용되는 재화로 쓰일 전망이다. 현재 칼리버스에는 롯데그룹 유통 계열사인 코리아세븐, 롯데하이마트, 롯데면세점 등이 입전해 있고 이용자들은 롯데그룹의 식품, 전자제품, 의류, 명품 등 여러 상품을 체험할 수 있다.
새로운 코인을 통해 가상과 현실 간 연결된 소비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롯데그룹 판단으로 읽힌다. 칼리버스는 투자자들에게 코인을 팔아 대금을 확보할 수 있고 플랫폼 내에서 코인이 결제되면 수수료를 챙길 수 있다.
메타버스 시장이 부진한 상황에서 이러한 생태계 구축이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국내에서 이를 성공시킨 사례는 위메이드 '미르M'을 빼놓곤 없기 때문이다. 위메이드는 당시 가상자산 '위믹스'로 해외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블록체인 업계의 선두로 도약했지만 현재는 주춤한 상황에 놓여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이 생각보다 위험할 수 있고 메타버스도 하향 곡선을 그리는 상황에서 이러한 사업 구상은 무리수인 것 같다"며 "롯데그룹이 그만큼 코너에 몰리니 코인발행까지 검토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성장 첨병 '롯데이노베이트', 코인 발행 카드 성공할까
하지만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이 2880억원으로 전년보다 2.3% 감소하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83억원으로 48.4% 뒷걸음질 친 상황이다. 신동빈 회장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수익성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달러를 비축하는 일도 고민거리다. 미국에선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려면 스테이블코인 명목가치의 최소 100%에 달하는 준비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법안이 논의되고 있다. 발행하는 코인 갯수에 맞는 달러를 확보해야 하는 것이다.
현재 환율이 1400원을 넘는 상황에서 내년 전망 역시 당분간 안정화되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재무적 형편이 여의치 않은 롯데에겐 부담이 크다.
일각에선 롯데이노베이트의 코인 발행 계획을 두고 사업성 부족과 윤리적 책임 문제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다. 메타버스 시장이 부진한 상황에서 코인을 결합한 비즈니스 모델이 수익성을 증명하지 못할 경우 롯데그룹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코인을 통해 단기적으로 수익을 올리더라도 플랫폼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책임감 없는 돈벌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롯데는 올해 10월 칼리버스에 200억원을 추가 투자하며 메타버스 사업에 강한 의지를 보였지만 국내 유력 IT 기업들이 메타버스 시장에서 철수하거나 관망 모드로 돌아선 상황에서 이 같은 전략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알 수 없다.
롯데이노베이트 관계자는 "코인과 관련해 검토한 것은 맞으나 현재로선 구체적인 시점을 특정할 수 없다"며 "추후 시장이 나아지면 미래 기술로써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