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울산공장 야경.(사진=인포스탁데일리DB)
[인포스탁데일리=임재문 기자] 사모펀드 운영사 MBK파트너스와 영풍(0006700)이 고려아연(010130) 주식을 공개매수하면서 시작된 경영권 분쟁이 장씨 일가(영풍그룹)와 최씨 일가(고려아연)의 집안 싸움에서 장외 여론전으로 번지고 있다. 여론전에서는 고려아연에게 유리한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지난 13일부터 10월 4일까지 영풍그룹(장씨)은 국내 사모펀드(PEF)인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최씨) 주식을 주당 66만원에 최소 144만5036주(6.98%)에서 최대 302만4881주(14.61%)까지 사들이는 공개매수를 진행하고 있다. 공개매수가 성공적으로 끝나면 영풍과 MBK 측 지분은 최대 47.7%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경영권 방어를 위해 고려아연(최씨) 측도 대항 공개매수를 위한 준비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항 공개매수란 말 그대로 공개매수에 대항하는 공개매수로, 공개매수를 하는 주주와 반대편 주주가 기존에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고 주식을 매수하는 것을 의미한다. 경영권 방어를 위해 최소한 확보해야 할 고려아연 지분율은 6.05%로 약 8000억원 규모다.
통상적인 경영권 분쟁으로 흐르던 최씨 일가와 장씨 일가의 집안 싸움은 추석 연휴 중 울산시와 울산시의회가 참전하면서 여론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김두겸 울산 시장은 16일 성명 발표에 이어 18일에는 기자회견을 열고 “사모 펀드의 주된 목표가 단기간 내 높은 수익률 달성이란 걸 고려하면 인수 후 연구·개발 투자 축소, 해외 매각 등이 시도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120만 울산 시민이 고려아연 주식 1주씩 사주기 운동에 참여해, 50년간 울산과 함께한 기업을 시민의 힘으로 지켜내겠다”며 '고려아연 주식 사주기 운동'을 제안했다.
지난 18일에는 소수주주 의결권 플랫폼 '액트' 운영진이 최근 고려아연 주주들에게 "고려아연과 같이 주주환원율 최고의 회사는 소액주주가 작은 힘으로라도 지켜내 '동학개미'가 때로는 회사와 함께 힘을 합쳐 위기를 이겨내는 사례로 만들어보고 싶다"며 참전을 선언했다.
액트 운영진은 "성장전략 '트로이카 드라이브' 주체는 현 경영진과 현대차(KS:005380), LG화학(KS:051910), 한화(000880) 등 대기업 3사"라며 "트로이카 드라이브 덕분에 훌륭한 실적이 가능했다는 평이 있고 그 주체가 현 경영진인 것은 명확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 경영진이 이끄는 고려아연은 연결 기준 상반기 주주환원율 71%(개별 기준 61%)를 달성했고, 상반기 순이익 2천879억원을 기록하고 지난 8월 2천55억원 규모의 중간배당을 공시했다."고 덧붙였다.
고려아연 노조 또한 19일 입장문에서 "50년 역사의 고려아연이 MBK파트너스에 회사를 빼앗기는 엄청난 위협 앞에 직면했다"며 "즉각적인 공개매수 철회를 선언하고, 고려아연 노동자의 일자리 침탈을 즉시 중단해달라"고 밝혔다. 고려아연 노조는 "지난 50년간 근로자들의 피땀과 헌신으로 일군 고려아연을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매수하려고 한다"며 "우리의 안정적인 일자리와 가족의 생계를 위협하는 공개매수를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영풍그룹의 계열사 고려아연은 공동 창업주 고 장병호·최기호 회장의 후손들이 운영했다. 장씨 일가는 영풍문고와 전자계열사를, 최씨 일가는 고려아연을 포함한 비철 분야 계열사를 경영하고 있다. 2022년 창업주 3세 최 회장 주도로 유상증자 등을 진행하며 지분 관련 분쟁이 시작됐고, 영풍이 지난 2월 주주총회 안건에 반대를 표명하며 75년간 동업해 온 두 집안의 갈등이 본격화했다.
임재문 기자 losthell@infostoc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