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올해 들어 최고점을 기록하면서 환 노출형 ETF(상장지수펀드)가 주목받고 있다. 환 노출형 ETF는 환율 움직임을 헤지(방어)하지 않고 환율의 등락이 수익률로 직결되는 상품이다. 강달러 시기엔 환 헤지형 상품보다 더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17일까지 개인투자자들은 환 노출형 삼성자산운용 'KODEX코덱스 미국S&P500TR ETF(KS:379800)'를 259억4324만원어치 사들였다. 이 상품은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대형주의 주가를 반영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토탈리턴 지수를 추종한다.
환 헤지형 상품에서는 자금이 빠지고 있다. 같은 기간 개인들은 'KODEX 미국나스닥100선물(H) ETF'를 5억7560만원어치 순매도했다. 달러 환율이 오르자 투자자들은 환율 변동으로 환차익을 볼 수 없는 환 헤지형 상품을 매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상품은 금융회사를 제외하고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된 시가총액 1~100위 종목이 편입된 나스닥 100지수를 추종한다. 종목명에 H(Hedge)가 붙으면 환 헤지형을 의미한다.
또 다른 환 헤지 ETF인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타이거) 미국S&P500선물(H) ETF'의 경우 개인투자자들이 팔아치운 금액만 37억원 규모에 달한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6일 장중 1400원 선까지 올랐다. 환율이 장중 1400원대를 돌파한 것은 2022년 11월7일(1413.50원) 이후 약 17개월 만이다. 이후 당국의 개입으로 환율은 숨 고르기에 들어간 상태다. 전날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3.9원 내린 1372.9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환율 변동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환 노출형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 환차익으로 수익률도 함께 오르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 변동으로 환 노출형과 환 헤지형 상품의 희비가 엇갈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2년 9월 말 당시 1400원 중반대였던 원/달러 12월 말 1260원대까지 떨어졌다. 미국 달러 가치가 하락세를 보였던 이 기간에는 환율 하락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환 헤지 ETF가 인기를 끌었다.
이 시기 'KODEX 미국나스닥100선물(H)'에는 3개월간 1252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같은 기간 나스닥100 환 노출형 상품인 'KODEX 미국나스닥100TR'에는 160억원이 순유입됐다. 달러 약세가 나타나는 시기 환 헤지 상품에 8배 많은 자금이 몰린 것이다.
전문가들은 달러 가치에 대한 다양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연구원은 "그다음 고점은 1420원과 1450원인데 일단 상단은 1450원까지 열어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SK증권 조준기 연구원은 "아직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가 끝난 것은 아니지만 최근 정책 당국자들의 환율 안정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 피력이 효과를 보면서 환율이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환율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환 헤지형과 환 노출형에 분산 투자하라는 조언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환율 상승 구간에서 환 노출을 통한 수익률 방어 전략과 더불어 환 헤지 비용 절감 등 동일한 지수를 추종하는 ETF라도 환율전략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질 수 있다"며 "특히 장기 투자할수록 누적 성과에 차이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