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이 지난 19일 충남 서산에 있는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을 찾았다. 최 회장은 이틀 전인 지난 17일 SK에너지 울산공장을 방문한 데 이어 국내 현장을 잇따라 찾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올해 직원들과 열기로 한 ‘100번의 행복토크’ 일환”이라며 “이번 서산공장 방문이 35번째였다”고 말했다.
○최 회장이 배터리 공장 찾은 까닭
21일 SK그룹에 따르면 최 회장은 올해 행복토크를 위해 계열사 본사와 주로 매출 규모가 큰 공장을 연이어 찾았다. 하지만 지난 19일 최 회장이 방문한 곳은 ‘그룹의 가장 큰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의 ‘가장 작은 사업 부문’인 배터리 공장이었다. 이 회사 배터리 사업 부문의 지난해 매출은 3482억원으로, 회사 전체 매출(54조5109억원)의 0.6%에 불과했다.
하지만 최 회장이 이 공장을 직접 찾고 이 같은 사실을 외부에 공개한 것은 배터리 사업 부문의 성장성에 높은 기대를 걸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서산공장은 배터리 사업의 첫 생산기지이며 글로벌 성장의 인큐베이팅 장소로 꼽힌다.
최 회장은 배터리 사업을 시작한 2012년 “모든 자동차가 우리 배터리로 달리는 그날까지 SK배터리 팀은 계속 달립니다. 나도 같이 달리겠습니다”라며 사업부를 격려했다. 최 회장 관심 속에 힘이 실리면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수주 잔량은 지난달 말 430기가와트시(GWh)로 불어났다. 1년 여 전인 2017년 말(65GWh)보다 일곱 배 가까이 급증한 규모다.
최 회장은 이날 공장에 다섯 시간 넘게 머무르며 경영진으로부터 현황을 꼼꼼히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배터리 사업을 통해 SK이노베이션은 새로운 의미의 에너지산업에서 글로벌 메이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꿈이 이뤄지기 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하반기 2공장을 추가한 서산공장 외에도 미국 중국 헝가리 등 글로벌 주요 지역에 공장을 지어 2022년 설비 규모를 총 60GWh까지 늘릴 계획이다. 지난해 말 설비 능력(4.7GWh)의 13배 규모다. 신영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현재는 생산능력 기준 세계 2위이지만 조만간 1위인 아사히카세이를 제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100번의 행복토크 중 35번째 수행
최 회장은 올 들어 전국 곳곳 현장을 돌고 있다. 올초 신년회에서 “올 한 해 동안 임직원들을 100회 이상 만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1월 8일 SK그룹 계열사들이 모여 있는 서울 서린사옥을 시작으로 지난 19일까지 35번 현장을 찾아 직원들과 대화했다. 그룹 계열사 본사가 있는 서울뿐 아니라 공장들이 있는 인천, 경기 이천, 울산, 충남 서산 등을 찾았다.
최 회장은 행복토크 때마다 경영 관련 사항 외에도 직원 행복에 대해 꾸준히 언급하고 있다. 지난 19일 서산에선 “배터리 부문이 사회, 환경 모두가 행복해지는 사업으로 성장해야 한다”며 “성장 폭이 큰 만큼 구성원들이 자긍심을 갖고 행복을 느끼며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17일 울산에선 “성공적인 (공장) 완공도 중요하지만 우선해야 하는 것은 협력사 구성원을 포함해 공장 건설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 구성원이 안전하고 건강한 ‘행복현장’을 만드는 것”이라고도 했다.
SK그룹 관계자는 “구성원이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문화가 조성돼야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어려운 경영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게 최 회장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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